청바지 한 벌에 물 7천ℓ 소비
의류산업이 환경오염 일으켜도
의류 폐기물 재활용률 단 1%
옷장 속 입지 않는 옷은 21%
​​​​​​​1대1 물물교환 의류 파티 성황 

■ 순환경제사회로 가는 디딤돌 - 새 옷이 버려진다

지난해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다시입다연구소 회원들의 모습.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 관련 평화시위로 전 세계 4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사진출처 : 다시입다연구소)
지난해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다시입다연구소 회원들의 모습.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 관련 평화시위로 전 세계 4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사진출처 : 다시입다연구소)

장혜영 정의당 의원 관련법 개정 나서
의류산업은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이다. 유엔(UN)이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면 셔츠 한 벌을 생산하는 데 약 2700ℓ,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약 7천ℓ의 물이 소비된다. 

그럼에도 오늘날 옷들은 거의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9200만톤에 달하는 의류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 중 약 87%가 매립되고, 재활용되는 옷은 단 1%로 파악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쓰레기 발생량은 2021년 기준 연간 2억톤이다. 이 중 의류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국내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중고 의류 수출량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연간 약 61만톤이다. 이는 중고 의류 수출량 30만톤, 의류 수거함 배출 비율 70%를 적용해 환산한 값이다. 

의류 폐기물 중에는 팔리지 않는 패션 재고(새 옷)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환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나서 의류 폐기물을 줄이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과 ㈔다시입다연구소 등에 따르면,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기업의 ‘재고 및 반품 폐기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1363명의 서명을 지난해 4월 장혜영 의원실에 전달했다. 브랜드의 희소성과 이미지를 위해 한 번도 입지 않은 패션 재고들이 폐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장혜영 의원과 다시입다연구소는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해 ‘옷, 재앙이 되다’ 전시와 토론회도 열었다. 

장혜영 의원실은 현재 패션 기업이 재고품을 기부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품 폐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순환기본법(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개정안 발의를 진행 중이다. 개정안에는 순환자원 인정 과정을 국가가 주도하고, 순환자원에 의류 등 재고품이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원순환기본법 전면개정으로 올부터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주기의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단계별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종전 자원순환기본법은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순환이용과 처분에 초점을 뒀다.

“옷 한 벌당 일곱 번 착용 뒤 버려” 
이미 각국 정부들은 의류 재활용 촉진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의류, 신발, 화장품 등 팔리지 않는 재고품의 폐기를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다. 지난 2020년 1월, ‘폐기 방지와 순환경제법안’을 제정했다. 제정안은 재사용(기부를 포함)과 재활용 의무를 부여한다. 법을 어길 경우 개인은 최대 약 430만원, 법인은 최대 약 21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독일은 생산자나 소매업자에게 폐기 제품의 유형, 수량을 보고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벨기에는 재고 상품을 자선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 준다. 

의류 재활용 촉진 움직임은 지난 2008년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의류와 향수 등 약 420억원 규모의 재고 상품을 불태웠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KBS TV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7개 패션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의 소각 여부’를 물어본 결과, 7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소각한다’고 밝혔다. 

다시입다연구소 한 관계자는 “더는 소각 등의 방식으로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폐기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옷은 기업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재료부터 생산과 유통까지 이미 환경에 빚을 지고 만들어진 자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되살려 의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션 기업들에서 재고를 만들지 않고 재고(새 옷)가 발생할 시엔 이를 사회를 위해 환경을 위해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시작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는 법 제정 운동과 더불어 ‘21% 파티’도 진행한다. ‘21%’는 자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옷장 속에 입지 않은 옷이 21%라는 결과를 얻은 데서 착안한 ‘1대1 물물교환’ 행사다. 

안 입는 옷이 재화가 돼 새로운 옷을 얻을 수 있는 대안적 의류소비 문화 행사로서 입지 않는 옷을 들고 가면 다른 참가자들의 옷과 바꿀 수 있다.

지난달 12월 기준 누적 4327명이 참여한 가운데 참여 옷 1만3580벌 중 교환 옷이 9천696벌로 교환율이 71.4%에 달했다. 

다시입다연구소 관계자는 “패스트패션 유행 이후,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전 세계 의류 판매량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해외 통계를 보면 쉽게 구매한 옷은 한 벌당 평균 일곱 번 착용한 뒤, 쉽게 버린다. 그렇게 매초 2.6톤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소각, 매립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익단체로 지정된 아름다운가게, 굿윌스토어, 옷캔 등 비영리단체에 헌 옷, 책, 물품 등을 기부하면 가격을 책정해 연말정산 때 이 기부금의 일정 비율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각 비영리단체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며 기부 물품은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관리 뒤 판매,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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