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15)

겨우살이는, 다른 식물(나무)에 기생해서 그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겨울을 나는 식물이다. 기생관목, 겨우사리, 동청(冬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어로는 ‘미슬토(Mistletoe)’라고 한다.

그 살아가는 모양새가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해가며 산다 해 붙여진 ‘겨우살이’란 이름도 재미있다.

‘나무 위의 나무’로도 불리는 겨우살이는, 쌍떡잎식물로 날아다니는 새가 번식을 돕는다. 새가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고 똥을 쌀 때, 다른 나무(동백나무, 참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팽나무)의 높다란 가지 위에 싸면, 그 똥으로 배설된 씨앗이 끈적한 점액질을 분비해 나뭇가지에 착 달라붙고, 거기에서 빨대 모양으로 변형된 뿌리를 내려 터를 잡고 자라게 된다.

그렇게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겨울을 나는데,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우내 숙주가 되는 나무의 수액을 쭉쭉 뽑아먹고, 3월이 되면 황색 꽃을 피우고 나서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자라는 겨우살이는 흡사 새 둥지처럼 둥글게 자라는 데, 지름이 1m가 넘는 것도 있다.

특이하게도 겨우살이 씨앗은 물이 아예 없는 곳에서도 싹이 트지만, 햇빛이 없는 곳에서는 싹이 안 난다.

씨앗 추출물, 특히 뽕나무에서 자란 겨우살이의 씨앗을 ‘상기생(桑寄生)’이라 하는데, 이것이 한약재로 인기가 있다. 시중의 항암효과에 대한 소문 때문에 불법 채취가 성해, 뽕나무에서 자라는 겨우살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 서양, 특히 유럽권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겨우살이가 신화나 소설의 소재가 돼왔다. 북유럽의 신화에는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겨우살이가 등장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조지 프레이저의 소설 <황금가지>의 주테마도 겨우살이다.

서양권에서는 “겨우살이 아래에서 남녀가 키스하면 연인이 되거나, 결혼을 하거나, 행복해진다!”고 믿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Kissing under the Mistletoe!(키싱 언더 더 미슬토!)” 즉, “크리스마스에 장식을 한 겨우살이 나뭇가지 아래에 있는 상대에게는 아무나 키스를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자신의 꿋꿋한 의지로 치열하게, 억척으로 독립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남에게 빌붙어 숨을 이어가는 가녀린 인생이지만, 한겨우내 북풍한설에도 꺾이지 않고 끝끝내 살아남는 겨우살이의 질긴 목숨은, 삶은 그 얼마나 장한가.

그처럼, 새해에는 팍팍한 우리네 서민들의 ‘겨우살이’에도 따사로운 한줄기 희망의 볕이 들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