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 (경기 여주 청년공동체 박다정 ‘원더맘’ 대표)

경기도 여주의 청년공동체 ‘원더맘’ 회원들은 여주공공산후조리원 간호사들에게 수제 청귤청을 만들어 전달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이 컸다고 한다.
경기도 여주의 청년공동체 ‘원더맘’ 회원들은 여주공공산후조리원 간호사들에게 수제 청귤청을 만들어 전달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이 컸다고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 가족과 아이를 위한 모든 시간이 곧 엄마의 일상이 된다. 그렇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엄마들의 삶에서 ‘나’를 되찾고 그 안에서 ‘육아 동지’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청년공동체가 있다. 경기도 여주의 청년공동체 ‘여주맘’의 박다정(37) 대표는 원더우먼이 돼야 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우며 큰 언니를 자처하고 있다.

온 가족 참여 ‘부모코칭데이’ 등

매주 1회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강연 큰 호응…일상 활력 높여

“육아 힘들지만 행복 더 커”

아이와 함께 하니 부담↓ 만족도↑
“아이를 데려와도 부담 없고 아이와 함께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모임이었기에 엄마들의 만족감이 컸어요. 엄마들이 육아하느라 못하게 되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육아가 힘들고 우울해지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죠.”

박다정 대표는 2018년 결혼하면서 남편 회사와 가까운 여주에 둥지를 틀었다. 경남 함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연고 없던 여주 생활이 외롭기만 했다. 그래서 가입한 지역 온라인 카페는 진정성 없는 말들만 오갈 뿐, 3남매 아이들 유치원 등·하원 시 인사하던 엄마들과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주는 지역적으로 결속력이 대단했어요. 외지인들은 그 안으로 스며들기가 쉽지 않았죠. 게다가 아이 낳고 육아만 하니 더 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견뎌야 했던 육아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힘을 얻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거죠.”

‘원더우먼’과 ‘맘’을 합친 ‘원더맘’ 이름을 내건 5명의 젊은 엄마들로 구성된 청년공동체를 2021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남편, 아이,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젊은 엄마들에게 ‘나’를 찾아 주고 싶었다.대학시절, 해외봉사 때 만난 현지 친구와 나눴던 교감이 내면을 성장하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면서 인간관계에서도 마음을 전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터다.

“대학교 다닐 때 너무 계산적인 친구들로 인해 회의감이 컸어요. 아프리카로 해외봉사 갔을 때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대해 주던 현지 친구들 덕에 내 마음에도 그들의 색깔이 입혀졌죠. 그때 알았죠. 내 시간을 팔아야 내 사람이 된다는 걸. 마음이 오간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됐어요.”

‘원더맘’ 소모임을 통해 배운 우쿨렐레 솜씨를 발표회에서 뽐내는 회원들
‘원더맘’ 소모임을 통해 배운 우쿨렐레 솜씨를 발표회에서 뽐내는 회원들

온라인 소통 한계에 대면활동으로 친밀도 높여
3년 전 정부 지원금 500만원으로 공동체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요가로 대체하거나 비누 만들기와 같은 꾸러미를 택배로 보내며 비대면 소통을 이어갔다.

온라인 특성상 교류의 깊이나 다양한 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대면 활동이 시작되면서 친밀도와 만족도도 꽤 높아졌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죠. 모임 주제는 대부분 가벼운 수다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산후우울감이나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어서 서먹한 분위기를 보드게임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커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 초보 엄마들에겐 유익한 시간이죠. 다들 월요일만 기다리고 있다네요.”

지난해 4월 사업비 800만원을 지원받아 8월부터 본격적인 대면 활동을 시작한 ‘원더맘’은 소모임과 부모코칭데이로 나눠 진행됐다. 매주 1회 우쿨렐레 배우기, 아로마테라피, DIY 체험 등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공유했다.

지역 현수막이나 온라인 카페에 올린 홍보자료를 보고 참여한 초보 엄마들에게 경력과 실력을 갖춘 외부 강사를 초빙해 고품격 강의를 제공했다. 수준급으로 실력이 높아진 엄마들은 연말에 발표회를 통해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내기도 했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여주에는 경기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이 있어요. 경기도 전체에서 이곳을 오게 되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늘 바쁘죠. 그래서 고생하는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에게 드리려고 산후조리원 동기 9명이 모여 수제 청귤청을 만들었어요. 저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컸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그릿, 끝까지 참아내는 힘’과 11월 ‘아이 교육의 골든타임’이란 주제로 2차례 부모코칭데이를 실시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강연이라 어린 아이를 둔 20여명의 초보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강연 이후에는 육아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때 “육아에 지칠 법도 한데 이런 모임을 통해 일상에 활력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다”는 아빠들의 귀한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고.

부모코칭데이 강연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컸다.
부모코칭데이 강연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컸다.

육아‘맘’지원센터 사회적기업 설립이 큰 꿈
“지역의 노인복지는 굉장히 좋아요.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복지였지 엄마를 위한 게 아니잖아요. 육아하면서 엄마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 육아 자체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하죠. 엄마들 대부분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올해 독서지도사나 논술지도사 사업으로 재취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청년공동체를 넘어서 육아‘맘’지원센터를 만들어 사회적기업에 도전하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결정적인 이유는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청년공동체 기준 나이가 39세. 박 대표는 앞으로 2년여 남은 현실에 마음이 분주하다.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얼마 전 신문기사에 반려동물 유모차가 유아차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거예요. 개나 고양이는 키우지만 아이는 키우지 않겠다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박 대표는 부모의 삶이 오로지 아이 중심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는 게 육아를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토로한다. 그는 “온라인 카페에서 ‘아이 4명을 낳고 싶은데 어쩌면 좋냐’란 글에 ‘경제력 없으면 고려해 봐라’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며 “경제적 여유와 출산과의 연관성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어렵고 희생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그로 인해 얻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회는 빠르게 변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전통적 관점에서 육아를 바라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책임이나 권리를 앞세우기보다 자제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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