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철 국제생활습관의학보드 전문의, 차의과대학 겸임교수

농촌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힘을 가지고 있다.

나무와 풀과 농작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만들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 

농촌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농업·임업 탄소포집 역량 연구로

농촌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이의철 국제생활습관의학보드 전문의, 차의과대학 겸임교수
이의철 국제생활습관의학보드 전문의, 차의과대학 겸임교수

조금은 여유가 있는 연초, 어느 때보다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산림청과 지자체의 산불예방 담당 부서다.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의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을 경험한 후 가을과 봄이 되면 또다시 거대한 산불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산불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로 피해액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연도와 그 피해액 추이를 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 발화해 초대형 산불로 번진 2000년의 산불피해액은 652억원이었다. 이 기록을 갈아치운 건 2017년으로 그 피해액은 801억원이었고, 이 기록은 2019년 2689억원으로 다시 경신됐다. 그리고 2022년에는 1조3462억원에 달하게 됐다. 2020년을 전후해서 경신 주기가 짧아지고, 피해액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전환점을 넘어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22년 가을부터 본격화된 광주, 전남지역의 가뭄은 이제 산불이 강원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30년 만에 제한급수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했던 가뭄은 식수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산불 발생 가능성도 증가시키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불을 끄기 위한 소방용수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심화되고 있었다. 다행히 그해 겨울의 폭설 덕분에 가뭄 문제가 해소됐지만, 언제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대형산불과 가뭄이 과거보다 빈도와 강도 면에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위기 때문이다. 대기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땅의 수분이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경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산불, 들불은 매해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충격을 준다. 세계적 휴양지인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 수개월간 하늘을 검붉게 만들었던 캐나다 산불은 2023년을 기억하게 만드는 사건들 중 하나다. 

구글은 산불 엔데믹 상황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글지도에는 공기 질과 함께 산불 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어느새 들어와 있다. 현재는 북미와 호주지역의 정보만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을 방문할 예정인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미세먼지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듯, 지도를 통해 산불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전 국민이 산불문제를 미세먼지 문제만큼 신경 쓰게 된다면, 우리사회의 기후위기에 대한 자세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은 특히 산불과 기후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가뭄으로 땅과 농작물이 메마르면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번지기 쉽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촌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힘도 갖고 있다. 나무와 풀과 농작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만들어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육지식물의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배출된 양의 28%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농촌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농촌의 중요한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과 임업의 탄소포집 역량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농촌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뒤따른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으로서 농촌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산불 부담 또한 조금씩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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