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기고 - 한승자 경북 상주 공성면

농촌주부들을 위한 건강검진을

좀 더 확대해 모든 농업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승자 경북 상주 공성면
한승자 경북 상주 공성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른 봄 분주히 쫓아다니며 심고 가꾸기를 열심히 한 결과, 몸이 고되긴 하지만 이것저것 곡식들이 곳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흙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때, 자투리땅들은 그냥 묵혀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농업인이라는 이유로 한 치의 땅도 내팽겨 둘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지금의 수확 때문인 것 같다. 

자고로 자식은 내 자식이 최고요, 곡식은 남의 것이 최고로 보인다는 말처럼 모든 열매들을 만족하면서 수확할 수는 없다. 더러는 미흡함도 있고 마음에 꽉 차지 못하는 불만투성이지만 욕심을 버리고 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린다. 내년에 일등농사를 지어보겠다는 굳센 다짐으로, 많으면 많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내 노력을 탓하면서 올해가 이렇게 지나간다.

곡식과 과일 가격이 만족으로 채워지지 않아도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다. 먹거리 생산을 위해 선도농도 해보고 종자 갱신도 해보면서 칠십 평생을 묵묵히 버텨온 체력이 한계에 부딪친 것 같다. 옆집 할머니들이 유모차와 지팡이에 의지해 골목길을 서성이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젊음은 어디로 다 가고 없고 저렇게 고된 몸이 됐을까….

농촌주부들은 무리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량은 많고 일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촌주부들을 위한 건강검진을 좀 더 확대해 농업인 모두가 한 번쯤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은 체력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이에 수확이 끝나면 농한기를 이용해 농촌주부들이 건강을 지키고 체력도 단련할 수 있는 건전한 건강교실을 운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농촌여성신문이 이렇게 보급되니까 얼마나 마음이 기쁜지 모르겠다. 하소연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니까 말이다. 이제 내 나이 70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해온 농사는 나에게 여유를 줬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농업인 선구자로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싶다. 진정한 농촌주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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