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주체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에 주목하고 여성의 관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여성장관의 취임은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여성농업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고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

그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내실 있는 여성농업인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원해 본다.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의지와 꿈을 키우고 있는 전국의 여성농업인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져 주는 여성농업인들이 있어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졌던 정치·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필자를 비롯한 도시 소비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또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여성농업계에서는 2024년을 매우 특별한 한 해로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취임하면서 최초로 여성 장관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들은 신임 장관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기원하는 한편,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선출된 여성 대통령은 물론 임명직으로는 여성 국무총리까지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도시나 타 산업과 비교할 때 농업계와 농촌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사고가 견고하다는 점을 볼 때 여성 장관 취임은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깬 사례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신임 장관은 오랫동안 농업·농촌분야 연구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정책화하고 법제화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와 농업계와의 폭넓은 연계망을 구축해 온 점에 비춰볼 때 농림행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농업인이 농업인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목소리가 과소 대표되고 있는 현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농협의 여성조합원은 34%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조합장은 1.2%에 불과하며(농촌여성신문, 2023년 9월1일 참조) 농촌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 중 여성은 거의 찾기 어렵다. 

여성 임명직 혹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우대조치는 단순히 성차별로 인한 불이익을 시정함으로써 성별 불균형을 되돌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간과하는 사안이나 문제를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경험과 감수성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보다 현실성 있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개발할 가능성을 가진다. 또한 사회적 약자 문제에 집중하고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여성 장관은 또 다른 의미에서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농정의 최고 책임자들이 대부분 농업전문가로서 산업의 관점에서 농업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송 장관은 지역주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서 농촌공간의 문제에 주목해 왔다.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농업과 농촌도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주체들의 삶의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주체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에 주목하고 여성의 관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여성 신임 장관의 취임은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24년을 맞아 여성농업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고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내실 있는 여성농업인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원해 본다. 특히 국회의원 후보들이 여성농업인을 포함한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인 삶의 공간으로 농촌을 변모시킬 획기적인 공약들을 발표하길 고대해 본다. 또한 여성농업인과 농업인을 대변할 수 있는 의원들이 더 많이 국회에 입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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