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초빙자문위원

먹거리가 삶의 질을 결정

생존의 결정적 요소로서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음식의 질은 인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좌우한다.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더 쉽게 선별할 수 있도록 

포장지에 가공 정도 표시해야

송용섭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초빙자문위원
송용섭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초빙자문위원

남미의 콜롬비아는 지난해 11월1일 국민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10% 세율을 부과하는 ‘정크푸드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이 한국과 같은 수준인 12g으로 중남미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칠레와 멕시코 등에서도 초가공식품 포장지에 흑색 경고라벨을 붙여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추세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은 브라질 상파울루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식품 분류 체계(NOVA)에 따른 용어로서 인공 착향료, 유화제, 착색제, 방부제, 대체 감미료 등의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지칭한다. NOVA는 식품을 비가공식품(과일, 채소, 견과류, 달걀, 생선 등), 가공된 요리재료 식품(기름, 버터, 식초, 설탕, 소금 등), 가공식품(훈제육, 치즈, 빵, 맥주, 와인 등), 초가공식품(가공식품에 첨가물을 넣은 식품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유럽심장학회에서 초가공식품의 섭취가 고혈압·심장병·심장마비·뇌졸중 등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진이 국제 암 연구 기관(IARC)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가공식품 섭취가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45만111명의 성인을 14년간 추적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10% 더 섭취하면 두경부암 발병률은 23%, 식도암 위험은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했다.

미국 미시간대 애슐리 기어하트(Ashley Gearhardt) 교수 연구팀이 36개국의 28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탕후루나 탄산음료 같은 초가공식품의 중독성이 술·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인기몰이를 하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탕후루 판매장은 전국에 1673곳으로, 전년 대비 16배 증가해 스타벅스 매장 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설탕 시럽을 과일꼬치에 입힌 탕후루는 주요 소비층이 청소년으로 당류 과잉 섭취로 소아 비만, 소아 당뇨 관련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초가공식품이 해롭거나 식품가공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거의 모든 식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공된 것이기에 가공 여부가 단순히 식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은 편리하면 할수록 식품의 가공 강도는 더 높아지고, 가공하면 할수록 초가공식품에 가까워져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음식 전문기자인 마크 비트먼(Mark Bittman)은 저술서 ‘동물, 채소, 정크푸드’를 통해 현대로 올수록 농업은 필수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서 대기업의 이익을 내는 수단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정크푸드는 과거 사람들이라면 음식으로 여기지 않았을 음식이고, 식품 대기업에는 이익이 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고, 사람의 건강을 해쳐 다양한 질병들을 극복하려면 농업과 식품 소비 구조부터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먹거리가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먹거리는 생존의 결정적 요소로서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음식의 질은 인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좌우한다. 초가공식품이 식품 진열대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섭취를 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새해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식품을 더 쉽게 선별할 수 있도록 포장지에 가공 정도를 표시하는 등 세계적인 건강식품 소비 추세에 발맞춰 초가공식품 관련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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