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장 전성시대① – 충북 보은 박희정 구병리 이장

충북의 알프스 속리산 876m 자락인 구병리에는 원주민과 귀농귀촌인들이 모여 농촌마을 가꾸기를 앞서 실천하는 아름마을팜스테이가 있다. 이곳은 산촌마을이라 읍내까지 자가용으로 30분이 소요되지만 55가구나 모여 산다. 70~80%가 귀농·귀촌인으로 구성돼 지방소멸에 동떨어져 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마을 화합을 도모하는 중심에는 박희정(52) 이장이 있다.

충북 보은 박희정 이장(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과 구병리 주민들이 마을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충북 보은 박희정 이장(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과 구병리 주민들이 마을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대통령상 빛나는 아름마을팜스테이에 귀촌 몰려
행복·창조마을 동아리프로그램으로 주민 역량 ‘UP’

 

인구 정착하는 구병리
예로부터 구병리에는 피난 온 학자들이 정착했다고 한다. 외지인을 환영하고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을 분위기가 형성됐다. 농지가 적은 산자락에서 주민들은 민박 운영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텃밭을 일궈 자급자족한다.

“우리 마을은 사방이 푸르니까 안경 쓴 주민이 없어요. 경사진 길을 걸으니 어르신들은 허리도 굽지 않고 건강합니다.”

12년 전 귀촌한 이길주씨는 “전국을 다니며 귀촌할 마을을 탐색했는데, 구병리 같은 마을이 없었다”며 “경로당 앞까지 마을버스가 다니고, 최고의 자연휴양림이 조성된 마을 경관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속리산자락에는 ‘충북의 알프스’로 알려진 보은 구병리 아름마을팜스테이가 있다.
속리산자락에는 ‘충북의 알프스’로 알려진 보은 구병리 아름마을팜스테이가 있다.

마을에 첫 여성이장 탄생
구병리 주민들은 지난 2020년 그야말로 상복이 터진 해를 보냈다. ‘제7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 경관·환경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제3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거머쥐며 상금 5천만원을 받았다.

대전에서 보은으로 귀촌한 박희정 이장은 보은군에서 발행하는 대추고을소식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유려한 색감이 인상적인 민화작가이자 펜션을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마을운영위원 중에 가장 젊은 여성이다.

구병리 역사 이래 첫 여성이장이 되면서 그는 날마다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마을사업 추진에 따른 지출 경비를 정리하고, 자가용으로 어르신들 귀가를 돕는 등 음으로 양으로 헌신했다고 한다. 특히 행복마을만들기(3년)와 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3년)에 선정되는 등 주민들이 모이는 동아리활동을 꾸준히 추진했다.

주민들이 퀼트공예에 참여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완성한 공예작품은 마을카페에 전시·판매하고 있다.
주민들이 퀼트공예에 참여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완성한 공예작품은 마을카페에 전시·판매하고 있다.

마을사업 추진하며 신임 얻어
생활원예, 목공, 풍물(난타), 퀼트공예, 바리스타, 제과제빵, 서예, 그림그리기, 천연발효식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받은 주민들은 역량을 높이며 발군의 실력자로 거듭나게 됐다.

경로당에서 주민들은 “교육을 받느라 심심할 틈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양선옥 부녀회장은 “옛날에는 정부사업이 하향식이었지만 이제는 마을이 주체적으로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며 “이장부터 주민들이 역량이 있어야 사업에도 선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 지혜로운 여성이 있으면 이장이 된다”며 “남자만 이장하는 마을은 지혜롭고 영향력 있는 여성이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병리 마을운영위원은 박희정 이장을 비롯해 박춘화 반장, 추연순 반장이 여성이고 권수한 노인회장, 김효식 청년회장이 남성으로 여성비율이 높은 상황.

달라진 변화는 마을잔치다. 여성에게 전가되기 일쑤였던 상차림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박 이장은 주민들과 되도록 식사를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하지 않고 외식을 지향하고 있다.

박 이장은 새해를 맞아 양질의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전문가 반열에 오르게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보은 대표농산물 소비에 구병리 주민들이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새해에는 발효식초교육을 받은 주민들과 그림그리기에 재능 있는 주민들이 협업해 보은 대표농산물인 대추와 사과를 식초로 가공할 계획입니다. 기업에서 일률적으로 디자인한 그림보다 80년 살면서 처음 그려봤다는 아마추어 어르신의 그림이 더 정감 있고 정성어린 선물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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