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썬 떡은 엽전…재복 기원
길한 누에고치 모양 조랭이떡
떡국 육수에 얽힌 ‘꿩 대신 닭’

■ 박보경의 요리명가 제철&건강 레시피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용의 해’, 육십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하는 해입니다. 

새해가 밝으면 1월1일을 정월이라 해 일 년을 시작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원단(元旦) 또는 세수(歲首)라 합니다. 설에는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며 설날을 전후해 성묘를 가는 풍습이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지요. 

정월에 지내는 차례를 떡국차례라 하는데 아침 제사를 준비하는 데 떡국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설날 준비하는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며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상징이기도 한 떡국은 그래서 첨세병(添歲餠)이라고 불립니다. 

흰색의 가래떡은 새해를 시작하는 천지만물의 신성함과 경건함을 담고 있으며, 길게 늘여 가래로 뽑은 것은 재산이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이고, 떡을 둥글게 써는 것은 엽전 모양과 같아 재복이 충분히 공급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개성지방에서는 조롱박 모양을 지닌 조랭이떡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전해지는데 일설에는 누에가 ‘길’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 해 운수가 길하기를 기원하며 누에고치 모양으로 빚어 즐겼다고도 전해집니다. 아이들이 조롱박을 달고 다니면 액막이 한다는 뜻도 담겨있지요. 

충청도지방에서는 생떡국이라 하여 쌀가루를 따뜻한 물로 익반죽해 육수에 넣어 끓여 먹는 떡국을 즐깁니다. 이렇듯 새해에 즐기는 떡국은 지역마다 이용하는 형태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가 있지요.

설날 얽힌 음식에 대한 속담으로는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떡국에 들어가는 쇠고기, 꿩고기 등이 쓰이는데 꿩고기를 구하기가 여의치 않으면 꿩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쌀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쌀을 가루로 내어 찐 떡도 굉장히 귀한 음식이라 ‘잔치’의 상징성이 ‘최고의 즐거움’으로 확대됐습니다. 맑은 장국에 가래떡을 얇게 썰어 넣어 끓인 음식으로 설날에 먹는 절식인 떡국은 언제부터 먹어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열양세시기)’ 등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문헌에는 세찬과 정조차례(정월 초하룻날 지내는 차례)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떡국을 끓일 때는 맑은 육수에 흰떡을 넣고 떡이 익어 떠오르면 파를 넣고 그릇에 담은 후 웃기를 얹어냅니다. 웃기로는 쇠고기볶음, 지단 등이 쓰이지만 파산적을 만들어 위에 얹기도 합니다. 

새해, 진한 양지머리 육수나 사골 육수에 떡국을 끓여 갈비를 고명으로 얹고 오방색의 재료를 색색이 보기 좋게 담아 보면 어떨까요? 영양과 맛을 살린 세찬 떡국을 먹으며 떡국 절식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고, 소화에 좋은 나박김치도 함께 올리면 좋겠습니다. 

2024년 새해에도 활기차고 건강한 한 해를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갈비고명 떡국

▲재료 및 분량

-흰떡 400g, 갈비찜 2대, 당근 20g, 애호박 20g, 달걀지단 1개분, 쇠고기 육수나 사골 육수 4컵, 다진 마늘 1/2큰술, 조선간장 1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① 흰떡을 물에 씻어 건져놓고 갈비찜고기는 편으로 썬다.

② 당근, 애호박은 각각 곱게 채를 썰어 소금 간을 한 뒤 볶아 놓고 간을 맞춰 달걀지단도 준비한다.

③ 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으면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④ ③에 흰떡을 넣고 끓인 뒤 조선간장과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⑤ 그릇에 떡국을 담고 볶아 놓은 당근과 호박, 달걀지단, 갈비찜고기를 고명으로 얹는다. 

 

나박김치

▲재료 및 분량

-무 600g, 배추 500g, 미나리 100g, 오이 100g, 당근 70g, 쪽파 40g, 고춧가루 3과 1/2큰술, 소금 1작은술

-절임물: 물 2ℓ, 천일염 3큰술

-양념즙: 배 1개(780g), 양파 1/2개(100g), 마늘 50g, 생강 5g

▲만드는 법

① 무와 배추는 각각 1.5㎝ 나박 썰고 오이, 당근도 같은 크기로 썬다.

② 미나리, 쪽파는 다듬어서 2㎝ 길이로 썬다.

③ 김치 통에 무와 배추를 담고 절임물을 붓고 30분간 절인다.

④ 믹서에 배,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곱게 갈은 양념즙을 면포에 거른다.

⑤ ③의 국물에 고춧가루를 면포에 담아 주물러가며 고춧물을 우려낸 다음 ④의 양념즙을 붓고 오이, 당근, 미나리, 쪽파를 넣고 소금을 넣어 부족한 간을 맞춘다. 

⑥ 나박김치는 하루 정도 상온에 숙성시켰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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