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노크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한국노인상담센터장)

사람이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많지만 그 순간이 가장 빛날 때가 중·노년이라고 한다. 진정한 어른으로 나이 든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내 삶을 잘 다루는 방법이나 능력, 즉 인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지나간 50년을 후회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50년, 빛나는 여생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멋진 중·노년을 즐길 수 있는지, 고품격 어른의 삶을 위해 멘토를 자처하는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이자 중·노년 연구자다. TV 프로그램과 책, 강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중년에게 꼭 필요한 관계기술을 전하고 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중·노년기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자,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중·노년기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기이자,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인생에 필요한 중·노년 관계기술 멘토링

오래전 친구·젊은 세대와도 관계 이어가야

-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더더욱 기쁜 일이다. 중년이 되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30대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40대는 기억을 더듬을 수 있을 정도라면, 50대 이후부터는 온전히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기다. 60대가 되면 몸과 마음, 대화나 역할이 또 달라질 수 있는 노년의 삶을 기대하게 만든다.

혼자 늙어가는 것은 40대까지는 좋아 보일 수 있다. 50대가 되면 보톡스에 머리 염색, 명품을 둘러도 그냥 ‘늙었구나’란 생각뿐이다. 어쩌면 약간 고집스러워지는 느낌, 개인의 희로애락 속에서만 산다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그런 관계에서 나이 듦은 또 다른 왕국을 만드는 것이다. 일생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살아보는 축복이다. ‘결혼은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란 질문에 해보고 후회할 것을 권한다.

여성은 다양한 역할로 살아간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100%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단 30분만이라도 ‘나’를 위한 절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 나이 들수록 중요한 것은.
나이 들면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내 몸이 아프면 가족이 돌봐줄 수 있겠지만 긴 병에 효자 없는 법. 요즘은 짧은 병에도 효자 없다고 한다. 또 사람이 아프게 되면 자기 자신에게 집중되기에 예민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관계’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네트워크 속에서 얽혀 살고 있다. 보통 네트워크는 인간관계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나 TV가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관계를 벗어나 혼자서 살 수 없다. 말벗 서비스나 복지관에서 다양한 사례를 만나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신체 건강하다면 ‘공부’를 추천한다. 꼭 교육 기관을 통한 배움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곳에 지속적으로 ‘나’를 노출해야 한다.

변하는 시대를 직접 느끼며 세대 간 소통에도 관대한 어른의 면모를 갖추고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인생 선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배움이 필요하고 배움은 심리적 포만감을 확보하게 돼 관계가 관대해진다.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들은 관행농을 이어가되 달라지는 농법에도 적극적인 배움의 자세를 갖추면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또 농촌에서는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역소멸 위기에 귀농·귀촌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에 관대해야 한다.

옛날에나 두레와 품앗이로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내 고장에 이사 온 사람도 같은 주민이다. 어른으로서 관용을 베풀고 그래야 농촌에도 인구가 늘지 않겠는가.

- 중년 시기의 인생기술은.
50세 이후의 삶은 젊은 세계와 나이든 세계, 동시 세계를 사는 것과 같다. 보통 50~70대 초반까지 일명 베이비부머들이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건 실제 나이로 살 것인가, 마음의 나이로 살 것인가다.

보통 ‘마음의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5~20년까지 차이 난다. 이왕이면 실제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는 ‘마음의 나이’로 사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젊음의 세계를 살아간다는 건 꿈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빠서 잊고 지냈던 친구를 만나거나 만남이 어렵다면 안부를 물어도 좋다.

이 중 신세를 졌던 친구가 있다면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수십 년간 지내온 관계에서 검증된 친구를 놓치는 건 생애 큰 손실이다. 또 하나는 젊은 친구를 만나는 것에 주저하면 안 된다.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이들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에서의 삶은 늘 익숙하지만 10년 뒤를 상상하며 꿈을 꾸길 바란다. 그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10년 계획을 세우고, 유투버나 동아리 또는 북클럽 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길 바란다.

옛날에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엄마로, 명의로 된 땅 한 평 없이 살다 가는 것이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동명의도 할 수 있고 자식도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더 크고, 심지어 여성들이 더 오래 산다. 이러한 여성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 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호선 교수는 "여성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 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호선 교수는 "여성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 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 자식 부양 못 받는 베이비붐세대에 대해.
현직에 있으면 수입을 나눠 셀프부양금을 마련해야 한다. 자식들에게 미리 재산을 분할해도 좋지만 내 노후는 내 손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당장은 자식들이 서운할지 몰라도 먼 훗날 노후가 보장된 부모를 대할 땐 오히려 더 고마워할 수도 있다.

주는 것에 익숙한 부모들, 이젠 자식에게도 기꺼이 용돈을 요구하자. 금액은 상관없다. 한 달에 5만원을 내어줄 수 있는 자식이라면 앞으로 50만원, 500만원도 기꺼이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반면, 5만원도 어렵다는 자식에겐 5분이란 시간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물질로 내어 줄 수 없는 자식들은 시·공간도 선뜻 내주지 않는다. 단, 가족 간에도 감사의 인사는 꼭 해야 한다.

- 농촌에서 여가생활은.
농촌여성들이 자조적인 협동조합을 만들어도 좋다. 여가생활을 하고 사업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연이든 강연이든 찾아가는 문화 서비스를 지원하고 각 마을의 협조를 얻어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특히 웃음치료나 노래치료의 경우 재능 있는 시니어 강사를 양성해 소외 지역에 파견한다면 문화 혜택은 물론 실버세대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 생각된다.

여성이라서 얻는 이익도, 불이익도 많다. 어차피 여성으로 태어나 반 백년 살아온 삶, 여성으로서 존재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그 삶을 온전하게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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