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의 허스키와 풍부한 성량
미8군서 발군의 실력 뽐내
1집 ‘밤안개’로 일약 스타덤
8만여장 팔린 ‘베스트 앨범'
한국 최초 ‘50주년 기념 콘서트’ 

■ 박해문 음악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디바'

가수 현미의 1집 타이틀은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였지만, '밤안개'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밤안개'를 재발매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가수 현미의 1집 타이틀은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였지만, '밤안개'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밤안개'를 재발매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펑크 낸 가수 대신 노래 부르
'
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안개 님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나는 간다….'

해외에서는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미국 컨트리 팝과 스탠더드 팝이 유행했다고 하면, 1960년대 한국에서도 이 같은 새로운 음악 장르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음악은 전후 재건의 기대와 자유를 음악적으로 승화할 수 있는 가요들이 눈에 띈다. 나열하자면 많은 가수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수 '현미'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저음의 허스키한 음색으로 재즈와 소울, 컨트리 팝, 스탠더드 팝을 우리나라에 알린 가수가 아닐까 싶다. 

현미는 1938년 평양 출신이다. 6·25전쟁 중 부모님과 6남매가 남쪽으로 피란, 무용수로 활동하던 중 미8군 행사에서 펑크를 낸 가수를 대신해 노래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본명은 '김명선', '벨라'라는 예명을 쓰기도 했으나, 재즈카페 은성살롱에 '현시스터즈'로 특별 출연하면서부터 '현미'라는 예명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대중가수로 불린 현인 선생이 미8군에서 당시 노래 잘하는 현미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 것을 계기로 당대 최고 가수였던 현인의 '현'을 따서 '현'을 돌림으로 현시스터즈 예명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예명이 '현미'다. 

미8군 무대, 장르 다원화 싹 틔워

당시 미8군에서는 화려하고 굵직한 행사들이 많았는데, 이를 경험한 아티스트들의 활약 등으로 한국에서도 장르의 다원화가 싹을 틔웠다. 

현미는 1962년 작곡가 이봉조와 1집을 작업하며 미국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 작사가, 작곡가, 가수를 겸하는 사람) 냇 킹 콜(Nat King Cole)의 'It’s A Lonesome Old Town'에 직접 작사를 하고 '밤안개'를 발표하면서 완전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It’s A Lonesome Old Town'은 미국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냇 킹 콜보다 먼저 불렀던 재즈 스탠더드풍 노래다.

앨범 녹음 당시에 현미의 목소리 성량이 너무 커서 마이크 뒤로 몇 발자국 떨어져서 불렀다는 일화도 있다. 이 앨범만 8만장 이상 팔렸는데, 한국가요 사상 최초 ‘베스트 앨범’인 셈이다. 

또한 당시 이금희, 이미자, 패티김, 한명숙 등 내로라하는 여성 가수들이 있었는데, 현미의 등장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미는 유명한 연예인 집안이다. 언니 김화선은 최승희의 1기 문하생이고, 그의 딸들이 노사연, 노사봉이다. 다른 조카로는 배우 한상진이 있다. 현미의 첫째 아들 이영곤이 ‘고니’라는 예명으로 잠시 가수 활동을 한 적이 있으며, 둘째 며느리는 가수 원준희다. 또한 현미의 올케가 이시스터즈 2기로 활동한 가수 김상미이며 그 딸이 가수 아일리다.

1970년대 최초 '노래교실' 열어 히트
이봉조와 관계를 청산한 뒤 생활고를 겪기도 했지만, 1970년대 후반 국내 최초 '현미 노래교실'을 열면서 히트를 쳤다. 이후 예능 출연도 다양하게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2007년에는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하고,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 최초 ‘50주년 기념 콘서트’로 기록됐다. 

2011년 '가라지', 2017년 '내 걱정은 하지마'를 발매하며 음악적 열정을 불태웠다. 재즈와 소울풍의 보컬로 한국 팝을 불러 왔던 것과 다르게 이 시기에는 트로트풍 보컬이 인상적이다. 

'밤안개' '내사랑아'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무작정 좋았어요' '애인' '몽땅 내 사랑' '바람' '별' '왜 사느냐고 묻거든' '아내' '내 걱정은 하지마' 등 부르는 노래, 발매한 앨범마다 히트했다. 

생전 자신의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를 부를 것이고, 90살이 넘어가도 노래를 부르겠다는 심경을 밝히곤 했다. 

2023년 4월4일, 향년 8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화려한 무대 뒤 굴곡도 많고 파란도 많았던 가수 현미. 대중은 언제나 당차고 힘 있는 목소리로 친숙하게 다가왔던 가수 현미를 기억할 것이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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