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농사를 말하다 - 조규호 농촌진흥청 양돈과장

축산농가들도 계절에 맞는 나름의 대책 준비로 바쁘다. 특히, 돼지 전염병 예방을 비롯해 냄새 저감 노력 등은 양돈농가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돼지의 유전 육종 연구, 품종 개량, 농장환경 개선 등은 미래 양돈산업 발전의 중요한 과제다. 국내 양돈농가와 양돈산업의 현주소를 조규호 농촌진흥청 양돈과장을 통해 들어봤다.

 

고유 흑돼지 복원해 재래돼지 ‘우리흑돈’ 개발

철저한 차단방역․소독으로 연구용 종돈 보존 만전

조규호 농촌진흥청 양돈과장
조규호 농촌진흥청 양돈과장

Q. 농진청의 돼지 품종 개발과 개량 현주소는.

A.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돼지 품종은 요크셔, 랜드레이스, 듀록 등 3가지 품종을 활용한 3원 교잡종이며, 이는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방식이다. 2007년에 개발한 축진듀록은 1998년부터 약 10년간 국내기술로 육성한 듀록 품종이다. 

재래돼지는 외래품종을 국산화하는 방식도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품종인 흑돼지를 활용해 돼지고기를 차별화시키는 방법이다. 재래돼지는 2000여년 전 고구려시대부터 한반도에 정착돼 유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일합방 이후 외래종인 버크셔종과 요크셔종과 교잡되고 마릿수가 감소해 재래종은 소실 위기에 처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1989년부터 전국의 재래돼지를 수집하고 조선농업편람(1920)과 조선총독부 권업모범장 성적요람(1927)의 문헌 상 기록에 근거해 복원을 시작했다. 2008년 복원 후 품종등록을 완료하고 지금까지 꾸준한 관리를 해오고 있다.

이미 개발한 축진듀록과 재래종을 활용해 2015년 새로운 흑돼지 품종인 ‘우리흑돈’을 개발했다. 우리흑돈의 근내지방은 4.3%(재래종 4.5%)로 일반 상업용 돼지보다 1.3%p 정도 높고, 사육일수는 시범농가 확인 결과, 180∼190일로 일반 상업용 돼지(175∼185일)보다 길지만, 재래돼지(230일)보다는 40일 이상 짧다.

 

Q. 돼지 유전육종 관련 연구 추세는.

A. 생산성 측면에서 과거에는 선진국에 비해 개량 수준이 많이 뒤처져 있었지만, 현재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다. 종돈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체중, 육질, 사료섭취량 등을 측정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에서 육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진청에서는 다양한 측정센서, 영상 등을 통해 돼지의 생체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종돈에 대한 방대한 유전체정보를 활용해 인공지능 분석기술로 개량지표를 예측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Q. 양돈관련 자동화 기술 연구 추진현황은.

A.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맞춰 인공지능 기반 양돈 핵심 사양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돼지는 21일이라는 발정주기를 갖는데, 사람이 임신을 진단할 수 있는 시기는 평균 25일로 이 시기를 지난 후 임신진단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임신이 안 된 개체의 경우 다음 발정이 오기까지 사료만 먹으며, 비생산일수가 증가한다. 따라서 21일 이전 초보자라도 쉽게 임신을 진단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Q. 기후변화에 대응한 혹서기 돼지 생산성 개선 연구 현황은.

A. 농진청이 모돈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온기 모돈 사료에 섬유질 수준을 높이면 모돈의 스트레스가 저감되고, 포유능력이 개선됐다. 고온기에 모돈의 임신후기 사료 내 섬유소 수준을 높였을 때(6.5%) 모돈 변비가 개선되고, 분만시간은 15.1% 감소(5.24시간/두→4.45시간), 분만 후 포유기 사료섭취량 10% 증가(4.77㎏/두→5.25㎏), 변비지수 1.19%개선 등 모돈의 스트레스가 저감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육성 비육돈의 경우, 사료 내 섬유질이 높은 원료인 비트펄프를 활용했을 때, 일당증체량이 6.84% 증가(760g/두→812g)했고, 고온기 이후 출하까지 3.1일이 단축됐다. 또한, 장 면역반응의 간접지표인 장 투과성도 최대 10.5% 개선됐다. 

 

Q. 종돈 보호를 위한 방역관리가 중요하다.

A.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심각단계로 2019년부터 올해 9월(강원 화천)까지 38건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관심단계로 2019년 1월 충북 충주에서의 발생이 마지막이었다.

이에 농진청은 가축질병 심각단계를 기준으로 철저한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가축사육구역을 진입하기 위해서는 3번의 소독시설을 통과해야 하는데, 첫 번째 시설에서는 에어샤워, 분무소독, 고온건조소독 실시하고 신발을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시설에서는 환복, 고온건조소독을 실시하며, 세 번째 시설에서는 환복과 샤워를 실시한다. 축사 내부 진입 시에는 각각의 축사 입구에 비치된 장화를 신고 발판소독조를 통과해야 한다. 내외부 돈사 소독의 경우 하루에 2회 실시하고, 돈사 반입 물품은 1차 오존소독→2차 고온소독·분무소독을 통해 반입하고 있다. 또한, 방역상황 자체점검과 방역교육을 월 1회 실시하는 등 직원들에게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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