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 농업의 성장동력, R&D에서 얻다
③농산물 장기저장기술 개발(박천완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연구사)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경영의 불안정, 국제적인 식량수급 불안 등은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인류생존의 가장 큰 위협요소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농업 R&D(연구개발)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은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융․복합을 통해 식품․의약 분야를 넘어 일반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여기에는 농업 R&D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 R&D는 국민의 생명산업 보장과 국가 미래기반의 안정적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우수 연구성과를 통해 농업 R&D의 중요성을 재조명해본다.

 

농산물 장기저장을 위한 CA저장기술 국산화의 주역 박천완 연구사가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농산물 장기저장을 위한 CA저장기술 국산화의 주역 박천완 연구사가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농산물 장기저장 위한 CA․MA․과냉각 기술 개발

한국형 CA저장기술, 농업현장서 효자역할 톡톡

비싼 초기투자비용 부담…정부 지원사업 뒤따라야

농산물 신선도 유지기술 진화
농산물 수급 안정과 가치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한 농산물을 얼마나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발효식품의 과발효를 막는 것도 저장기술이 꼭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에서는 이 같은 농업인들과 유통인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장기저장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농산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농산물 수확 후 저장방법은 저온냉각 방식의 저장기술로 국내에서 90% 이상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특정 농산물에 따라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CA(Controlled Atmosphere)저장이 대형유통마켓이나 유통업체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박천완 농진청 농업공학부 수확후관리공학과 연구사의 설명이다.

관행 저온저장방식은 농산물의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위조(시들고 마름), 곰팡이, 후숙, 무름 등 농산물은 일정 저장기간이 지나면 저장장해가 급속하게 증가하게 된다. 이에 저온저장을 대체하는 기술로 MA, CA, 과냉각 기술이 이용되고 있지만 고가의 센서, 기체조절장치, 냉각설비 등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다양한 기계설비가 추가돼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 농가에서는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고 박 연구사는 말한다.

농진청, 다양한 저장기술 개발 성과
“CA저장은 농산물이 호흡과정에서 소비하는 산소를 인위적으로 낮춰 농산물의 생리작용을 억제(호흡억제)함으로써 저장기간을 연장시키는 기술입니다. CA저장기술은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됐지만 이를 우리 농업현장에 적용하기에는 규모나 조건, 비용 등의 측면에서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한국형 CA저장기술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농진청은 2016년 보급형 CA저장시스템을 개발에 현장에 적용했고, 2017년에는 순환식 CA저장시스템을 개발했고, 2020년 팰릿단위 CA저장시스템, 2021년에는 CDA-RQ 저장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일부 시스템은 현장에 보급하거나 시범보급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기본형인 보급형 CA저장고에 에틸렌 등 기체제어장치가 추가된 순환식 CA저장시스템, 팰릿단위로 CA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최근에는 능동형CA로 불리는 2세대 CA저장시스템인 DCA-RQ 현장적용시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 이 시스템은 농협대학교의 요청으로 연구시설장비를 보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저장기술은 MA저장법인데, 이는 농산물을 비닐 안에 밀폐보관해 농산물 호흡에 의해 산소농도가 낮아지게 하고, 호흡속도를 늦추는 수동적인 저장방법. 농진청은 2015~2017년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에 대해 팰릿 단위로 MA저장해 품질변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MA포장에 부착하는 자동 기체조성장치를 개발해 CA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의 기체가 적정농도에 도달했을 때 이를 유지하는 기능을 갖도록 했다. MA포장은 에틸렌에 대한 민감성이 낮은 작목의 저장에 유리하며, 시금치, 배추 등의 저장기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또 하나의 저장기술인 냉각저장기술은 어는점 이하에서 얼지 않는 과냉각 현상을 이용해 기존의 냉장저장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저장하는 기술이다. 농진청은 냉동기와 히터를 같이 이용하는 기존의 항온방식에서 벗어나, 냉동고 내부에 열전도도가 높고 낮은 알루미늄과 단열재를 배치해 냉동고의 온·오프(on/off) 동작에 의한 온도 진동의 진폭을 기존 4℃에서 0.3℃ 이내로 낮추는 직냉식 냉장고를 개발했다. 

이 냉장고에 1차발효가 된 상품김치를 -2.5℃에 저장할 경우 영상 2℃에 저장할 때보다 잘 익은 상태(산도 0.6)에 도달하는 기간을 3주에서 12주로 연장할 수 있었다고 박 연구사는 설명했다. 이 저장기술은 발효식품 외에 축산물 저장에도 효과적이며, 농진청이 개발한 라디오파 소고기 숙성기술과 연계해 홍보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저장기술 현장 확산에 정책지원 필요
현재 후지사과, 배추(PUCA) 등 저장시험과 CA저장고를 이용해 3편의 SCI(E)와 복숭아 등 12편의 국내논문(비SCI)이 투고됐고, 질소발생기, 기체환경제어방법 등 다수의 요소기술 특허가 출원됐거나 등록된 상태다. 또한 사과, 배추, 김치, 딸기, 파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한 저장연구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국내외 논문이 게재됐고, 다수의 특허도 등록돼 연구자들의 자부심이 크다.

박 연구사는 연구개발한 저장시스템의 현장보급 사례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 기술을 적용해 CA저장한 사과를 홍콩으로 수출하고 있는 농가가 있는데, 후지사과를 10개월 저장해 7~8월에 백화점에 납품하거나, 4~7월에 학교·군에 급식사과로 납품하는 등 유통경로를 개척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현장에서 CA저장 요구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기술로 능동형 CA저장기술까지 구현했기에 산업체에서 해당기술을 직접 해외에 수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팰릿 MA포장기술은 2020년 보급사업으로 충남 논산의 킹스베리연합회, 경북 경산 샤인머스캣 선별장에 보급됐다. 과냉각저장기술은 효과적인 항온저장기술이나 홍보가 아직 미흡해 보급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숙성기술과 연계해 축산물 저장에도 효과적인 과냉각저장고에 대해 추가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박 연구사는 설명했다.

저온저장고 지원정책에 저장법도 포함해야
무엇보다 개발된 기술의 산업화와 이를 더욱 확산할 제도·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기술의 일반화, 지원사업 확대 등을 통해 기술을 확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이해하고 제작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CA저장산업이 커질 경우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일반화된 저온저장고 정책과 달리 CA저장고에 대한 지원정책은 아직 일반화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저온저장고의 지원범위에 CA저장고를 포함한다면 보다 기술 확산이 빠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소비자는 항상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길 원하기 때문에 농가에서 CA저장이나 MA포장, 과냉각 저장을 적용한다 해도 농산물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원사업 없이는 이러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습니다.” 

정책적으로 저장기술에 대한 지원사업이 많이 만들어져야 기술 보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저장기술이 보급된 농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과나 왕대추의 저장기간 연장을 통해 82.5㎡(25평) 기준으로 연간 2천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소득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창고나 땅에 묻어 저장하던 농산물을 저온저장고 보급으로 저장기간과 신선도를 늘리면서 지금은 농업인 누구나 사용하는 것처럼, CA저장고도 일반화된 기술이 돼 현장에 확대 보급되길 바라는 박 연구사. 

그의 희망이 농업인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소비자들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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