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5차 양성평등정책포럼 - 저출산 시대, 가족친화 노동환경 조성방안 모색

# 친구 두 명과 20대에 연고 없는 지역에 귀농했어요. 저희는 결혼하거나 출산하면 동업을 포기하기로 약조했어요. 비빌 언덕이라곤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뿐이라서 셋이 똘똘 뭉쳐야 하거든요.(충남 당진 화훼농가 문모(33)씨)

# 어린이집이 폐업하면서 가임기 농촌여성이어도 아기 낳을 결심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8년 동안 임신한 여성조합원이 없어서 육아휴직도 없었어요. 만약 여성조합원이 임신하면 나머지 조합원들과 배려하면서 업무를 분담해야죠.(충북 제천 마을기업 오모(52)대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저출산 시대, 가족친화 노동환경 조성방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저출산 시대, 가족친화 노동환경 조성방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가족친화 기업에 ‘복귀지원금’
일·생활의 균형이 불안정한 농촌에 귀농한 2030대 청년여성농업인에게 농촌에서의 결혼생활과 출산계획에 대해 묻자 어두운 답변이 돌아왔다. 농촌에서 5인 이하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아이돌봄 인프라가 없는 농촌에서 출산을 고려하는 가정이 드물어 여성조합원들의 육아복지 서비스를 생각하지 못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저출산 시대, 가족친화 노동환경 조성방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지난 3월 대통령과 본회의를 개최하고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으로 설정했다. 이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구성한 ‘가족친화 노동환경 조성 TF팀’을 운영하고, 대표적인 일·생활균형 정책인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춘 대안을 발표했다.

주제발표에서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도입한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를 제안했다. 사후지급금은 육아휴직에서 복귀하고 6개월 근무 시 급여의 25%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제도다.

강민정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 사후지급금 미지급인원이 10만3600여명에 달해 제도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며 “육아휴직에서 복귀해 6개월 이상 근속한 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사업주를 지원하는 ‘육아휴직 복귀지원금’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육아휴직자 관리프로그램’ ‘육아휴직자 복귀지원프로그램’ 등 복귀 뒤 근속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과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서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도입한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와 육아휴직 복귀지원금 신설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에서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도입한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와 육아휴직 복귀지원금 신설을 제안했다.

중소기업 인력공백 지원해야
현행 일·생활 균형제도는 남녀 모두 사용가능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휴가, 가족돌봄휴가, 유연근로제도 등이 법정 의무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여성만 사용가능한 제도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태아검진휴가, 출산전후휴가 등이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강제성이 없고 사업주 재량에 맡겨져 있어 중소기업 경영진과 대표 등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강 연구위원은 “근로자의 육아휴직제도 사용에 따른 사업장의 인력공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 인력공백에 대처하는 방식을 참고하고,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실태조사결과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도에 대한 인식은 89%로 높았다. 2022년 기준 약 2만명이 이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은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로 주 15~35시간 이내 근로시간을 단축해 적용한다. 수요조사에서 근로자가 원하는 단축 시간은 2시간 단축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 급여도 줄기 때문에 사업주가 반기는 경향도 있다”며 “근무 시간을 줄여도 대부분 근로자가 본인의 몫을 무리해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주의 인력 공백까지 지원한다면 일·가정 양립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존 지원사업에서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제도를 채택하는 방향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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