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농촌 빈집관리 예산은 

전국 시․군당 평균 1억6천만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1년에 

겨우 시·군당 8채 정도만 

추진할 수 있는 규모다. 

중앙정부 예산지원 확대돼야...

농촌주민에게는 삶과 일터로서

도시민에게는 쉼터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매력적인 농촌 모습을 

되찾도록 지혜를 모아 보자.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내 고향은 산자락 끝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내가 한창 젊었을 때는 4-H, 청년회 활동으로 마을이 활력이 넘치곤 했다. 그러나 50여 가구가 살던 마을에 빈집이 해가 갈수록 늘어 이제는 20%가 빈집이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던 마을에 자꾸만 늘어나는 빈집들은 이제 흉물의 군락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느 마을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농촌 빈집을 현재처럼 흉물로 전락하도록 방치하다가는 농촌다움의 정주공간이 사라질 것이다. 빈집관리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적 차원으로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빈집 수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물론 현재도 농어촌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존재하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농·어촌 주택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농촌 주택에 한해 다주택자 규제를 과감히 풀어 도시민들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가 지방에 집을 갖도록 장려해서 그야말로 일주일에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귀농·귀촌인들도 농촌 빈집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농촌 빈집관리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지자체가 빈집 실태조사를 비롯해 정비계획 수립·시행, 행정지도, 철거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보통 농촌 빈집 한 채를 철거하는 데 최대 2천만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빈집관리 예산은 전국 시·군당 평균 1억6천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1년에 겨우 시·군당 8채 정도만 추진할 수 있는 규모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빈집 방치에 대한 소유자별 사안을 따져 관리를 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농촌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는 2026년부터 빈집세를 징수해 농촌정비를 대대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한다. 

농촌 빈집관리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서 빈집관리에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우수사례도 많다. 전남 강진군은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방치된 빈집 소유주가 무상으로 군에 임대해주면, 군이 주택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정책이다. 리모델링된 주택은 강진군이 농촌에 살고자하는 이들에게 월 1만원에 집을 제공한다. 주로 귀농·귀촌인과 농·산·어촌 유학 온 가구에 제공하는데, 올해만 42가구를 선정해 리모델링에 들어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작년에 강원도 영월 삼돌이마을을 방문했을 때 빈집활용에 대한 좋은 사례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마을에서 농촌체험과 시상금 수입으로 적립한 자금을 활용해 빈집 5가구를 리모델링해 초등학생을 둔 도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선착순으로 무상 임대해주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그 바람에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젊은 도시 부부들의 이주로 마을이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또 마을의 깨끗한 정주공간을 숙박시설과 공유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마을호텔, 워케이션 프로젝트 운영 등 농촌 마을의 재구조화로 농촌 관계인구를 늘여가는 모범사례도 많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 수상은 “마을이 무너지면 세계가 무너진다”고 했을 정도로 농촌마을 유지 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농촌을 사람이 돌아오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농촌 주민에게는 삶과 일터로서, 도시민에게는 쉼터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매력적인 농촌 모습을 되찾도록 지혜를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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