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06)

‘제주 해녀어업’이 지난 10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정 운영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제주 해녀어업’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기계장치 없이 10㎏ 무게의 납덩어리를 허리에 차고, 맨몸으로 10m 이상 되는 깊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 1분 이상 숨을 참고[나잠], 전복, 소라, 해삼, 멍게, 미역, 톳 등의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이른바 ‘자맥질’이 활동의 골간을 이룬다.

‘푸른바다 지붕삼고/칠성판을 등에 지고/혼백상자 옆에 차고/한 손에는 빗창들고/한 손에는 호미 쥐고/석질 넉질 깊은 물에/물숨참고 들어갈 제/저승길이 아니던가....’

-이영근  <출가해녀의 노래>

# 제주 해녀의 역사는, 멀리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를 너무 무시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제주 남자들을 대신해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 돌덩이뿐인 제주 땅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게 ‘죽기 살기 식’의 ‘물질’이었다.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기막힌 역설적 표현은 그래서 나왔다.

흉년이나 재해가 들면, 때론 외지(청산도, 거제도 등)로 원정 물질을 나가기도 하면서, 평생 원인모를 두통(잠수병)에 시달리다 한많은 생을 마감하는 해녀들도 많았다.

현재 제주 해녀는, 60세 이상의 고령화와 턱없이 낮은 수입으로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0년에 4995명이었던 것이 2019년 말에는 3820명으로 1175명 줄어들었으며, 해마다 계속 130여명씩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최고령 해녀’ 기록은, 경력 82년 차의 98세이고, ‘최연소 해녀’는 22세다.

# ‘제주 해녀어업’의 세계식량농업기구 지정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신청은, 지난 2015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1)청산도 구들장 농업(2014) 2)제주 밭담농업(2014) 3)하동 전통차 농업(2017) 4)금산 전통 인삼농업(2018) 5)담양 대나무밭 농업(2020) 6)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어업(2023) 등 6건이다.

‘제주 해녀 어업’은 올해의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기 전인 2015년,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에 지정됐고, 그 이듬해인 2016년에는 ‘해녀의 노래, 해녀 공동체, 무속신앙’ 등의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돼, 그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