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계층․세대․연령․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여성농업인들 존재…

각각 영농과 생활에서 

다양한 양태를 보이고 있고 

서로 다른 욕구를 갖고 있다. 

앞으로는 여성농업인 일반 혹은 

전형적인 여성농업인 대상의

여성농업인 정책에서 탈피해 

대상자별로 보다 섬세히 설계된 

여성농업인 정책을 수립해야…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여성농업인은 남성농업인과 타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직업인과는 다른 차별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여성농업인 내부의 다양성에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의 실효성을 높이고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대상자들을 선별하고 그에 합당한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자기소유 혹은 임차 농지를 가족 노동력을 이용해 경영하고 농업경영의 수익을 가정의 소비에 충당하는 농가의 여성농업인을 전형적인 여성농업인으로 상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상에 해당하는 여성농업인은 많지 않은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오히려 이러한 전형적인 상과의 차이를 보이는 다양한 여성농업인들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여성농업인 정책도 다양한 여성농업인에 주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주로 복지와 관련된 맞춤형 복지의 정책대상으로서 여성농업인의 다양성을 논하는 형태에 머무르고 있다. 

사회학자 에스팡 엔더슨은 사회복지와 관련된 차별적 대응의 차원을 계급(혹은 계층), 생애주기, 세대의 문제로 구분해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다양성을 논할 때에도 이 세 가지 차원에서 구분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은 농산물 판매를 위한 경쟁의 과정에서 경영성과에 따라 부농(나아가 기업농)과 농업생산으로는 가계의 충족이 어려운 빈농으로 나뉘게 되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농업 외 부문에서 소득을 보충하는 겸업농으로 전환하게 된다. 여성농업인도 계층적으로 나뉘고 각 계층별로 서로 다른 차별적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농가의 여성농업인이 노동력부족과 외국인 노동자 조달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한편, 겸업농가의 여성농업인은 4대 보험 가입에 따라 농민수당이나 바우처 제도 등에서 차별 받고 배제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세대의 문제는 여성농업인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세대의 문제는 사실상 연령별 차이와 중첩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지만 세대 문제는 단순히 연령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세대는 동시대를 살아온 삶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귀농한 젊은 여성농업인이 원주민인 노령의 여성농업인과 가치관이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빚어 정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층의 유입이 가장 시급한 것이 농촌의 현실이지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농촌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차이가 더욱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생애주기는 결혼, 임신, 출산과 같은 가족적 요인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보편적인 삶의 형태로 받아들였지만 결혼과 출산을 선택지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혼의 여성 귀농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정책적 요구는 농업을 승계하는 남성과 결혼하고 이주한 여성 귀농자, 부부 귀농자 혹은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농업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평균적인 혹은 전형적인 여성농업인은 많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계층별, 세대 혹은 연령별,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여성농업인들이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영농과 생활에서 다양한 양태를 보이며 서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대상자별로 보다 섬세하게 설계된 여성농업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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