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농촌주택은 초가지붕에 황토 흙을 이겨 만든 벽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환경은 빈대나 벼룩이 서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으로, 빈대들이 흙벽 틈새에 서식하면서 밤만 되면 기어 나와 물어대니 시골사람들은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빈대는 야행성 흡혈곤충으로 빈대 한마리가 3개월 만에 300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도 대단하다고 한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빈대와 얽힌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아랫사람을 야단칠 때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가출 후 인천부두에서 막노동을 할 당시, 노동자 합숙소에서 밤마다 빈대에 시달려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침상 네 다리에 세숫대야를 놓고 물을 부어 빈대가 물 때문에 침상다리로 올라올 수 없게 되자 며칠간 잠을 편히 잘 수 있었다. 얼마 후 영리한 빈대들은 벽을 타고 천정까지 올라가 정 회장의 몸으로 수직 낙하해 도로 마찬가지가 됐다. 이에 빈대도 생존을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데 하물며 인간이 최선을 다하면 못 이룰 일이 없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초가지붕이 헐리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빈대의 서식지가 없어져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빈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 등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와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당국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기 전에 빈대의 특성과 방제방법 등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고 빈대 확산방지에 총력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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