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농정 탐방 – 충청북도 못난이농산물 유통촉진 시책

최근 충북 농촌여성들 사이에 못난이농산물이 화두다. 지난 1일 증평에서 열린 한국생활개선충청북도연합회 한마음대회에서 충청북도가 점심식사로 지원한 못난이농산물로 만든 도시락의 맛이 빼어나서다. 이날 김영환 충북지사는 못난이농산물 소비를 당부하며, 충북농촌여성들에게 못난이농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줬다. 이 도시락 속 못난이농산물이 어떻게 식탁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작황부진으로 수확을 포기한 충북 괴산 청천면 밭에서 충북도 농정국 관계자들이 배추 작황을 확인하고 있다.
작황부진으로 수확을 포기한 충북 괴산 청천면 밭에서 충북도 농정국 관계자들이 배추 작황을 확인하고 있다.

외면 받던 못난이농산물 소득사업 추진
못난이 수확에 도시농부 1500여명 투입
“맛김치·묵은지 이어 김장김치도 담가야”

배추에서 출발한 못난이농산물
충북의 ‘어쩌다 못난이농산물’은 농업인들이 귀하게 길러낸 농산물을 이상기온 등의 여파로 밭을 갈아엎는 농심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김영환 지사의 고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상표권을 등록해 왔다.

당시 배추가격 폭락으로 판로가 어려운 농가들의 배추를 도내 인증 받은 김치제조업체와 연결,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600여개 외식업소에 김치 60톤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도내 못난이농산물 소비에 관심이 모아졌다.

김영환 지사는 “김장만은 우리 것을 먹는 김장 의병운동을 통해 농업인을 살리고, 중국김치를 몰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2023 한국생활개선충청북도연합회 한마음대회에서 충북도가 제공한 못난이농산물도시락

배추뿐만 아니라 농산물로 대상을 넓히면서 못난이농산물 소비는 충북도의 대표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에 따르면 자연재해와 기상악화 등으로 발생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에 판촉행사를 10회 진행하며 3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도내 식품가공업체 5곳과 손잡고 못난이 고추 3종(부각, 장아찌, 다진양념)을 6톤 생산하고, 고구마순(9㎏), 깻잎장아찌(들깻잎 10kg), 구운감자(감자 40톤) 등을 못난이 농산물로 가공했다.

못난이농산물 가공의 배경에 대해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관계자는 “홍고추를 수확한 뒤 남은 청고추를 소득사업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하던 김영환 지사의 제안”이라고 전했다.

일손 부족 농촌에 도시농부 투입
농업인들은 못난이농산물 수확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인건비, 물류비 부담을 꼽았다. 도에서는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충북형 도시농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농부는 청주 등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은퇴자, 주부, 청년 등 유휴인력이 영농현장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참여하는 충북형 인력지원 조직이다. 농가에서 도시농부에게 1일 4시간 근로 기준 6만원을 지급하는데, 그중 40%를 도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 생산된 가공식품은 마을행사와 축제를 연계하고 청풍명월장터,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망도 구축해 홍보·판매하고 있다.

충북도는 식품가공업체와 끝물고추를 활용해 못난이 고추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출시했다.
충북도는 식품가공업체와 끝물고추를 활용해 못난이 고추장아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출시했다.

못난이농산물 방치 속사정은…
돌아온 김장철, 충북도 농업정책국은 지난 14일 괴산 청천면에서 농번기 지속된 호우로 수확을 포기한 배추밭(1487㎡)을 찾아 못난이 배추 생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못난이 배추 시범생산은 14~20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배추밭의 농장주 방성오 산들바람농장 대표는 못난이배추 밭을 ‘버려진 밭’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지난 7일 도청 산업장려관에서 열린 못난이농산물 관련 간담회에 생산농가로 참석해 해당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방 대표는 “매년 못난이배추가 나오지만, 올해는 10일 내내 비가 와서 배추가 제때 자라질 못했다”며 “속상한 마음에 그 밭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방 대표는 “수확해봤자 인건비, 운임비, 도매 수수료를 따져보면 마이너스”라며 “방치된 못난이배추가 얼어 녹아내릴 시기에 비닐멀칭을 벗겨 밭을 갈아엎으려 했는데 충북도에서 반가운 제안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못난이배추 110톤 수확
농업인에게 버려진 밭에서 용미숙 충북도 농정국 농식품유통과장을 필두로 7명의 주무관들은 도끼칼을 쥐고 수확작업에 돌입했다. 고인 빗물에 고랑 2곳은 침수돼 녹록지 않은 농업현장이었다. 곳곳에서 “보통 일이 아니다”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방치된 배추에 솔잎이 붙어있다” 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미숙 과장은 “충북 어쩌다 못난이농산물 시범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지는 육안으로 못난이배추의 작황을 수확하며 확인해봐야 알 수 있어 농업현장을 찾았다”며 각오를 다졌다.

용 과장은 “배추의 대·중·소를 정했고, 대는 상품, 중은 못난이, 소는 폐기”라고 설명하며 “중 수준의 못난이배추에서도 상태가 괜찮은데 인력 부담으로 수확을 안 해서 폐기될 양품의 못난이배추를 생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충북도는 못난이배추를 110톤 수확한다. 용 과장은 배추를 수확해도 다듬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분이 많아 김치로 만들었을 때 50~60톤으로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배추밭 현장에는 김영환 지사가 방문해 못난이배추를 직접 수확했다. 김 지사는 김치생산업체 대표,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직원들과 소통하며 생산업체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만한 못난이배추로 만든 김치의 소득화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 현장에서 – 김영환 충청북도 지사
“지역경제 살리는 못난이농산물”

김영환 충북지사가 못난이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못난이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 못난이배추 작황을 직접 확인해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배추 상태가 좋았다. 3㎏ 이하 배추를 버린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다. 시범사업만 할 것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

충북 어쩌다 못난이김치는 맛김치로만 생산되는데, 앞으로는 배추김치도 만들어봐야 한다. 못난이배추만 300톤 생산하고 싶다. 도시농부 인력을 지원할 테니까 판매가 안 되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줘도 된다. 판로는 도에서 책임지겠다.

- 못난이농산물의 가치는 무엇인가.
돈을 떠나 못난이김치는 농업·농촌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이다. 못난이김치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 생산업체에서는 못난이배추 공정과정에 품이 많이 들어 걱정하지만, 못난이농산물 소비는 넓은 시야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농업인은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수확해줘 좋고, 도시농부의 일자리 창출이 되고, 도시농부가 농촌에 와서 식사하고 커피 마시면 지역상권도 살아난다.

- 충청북도의 앞으로 계획은.
시범적으로 하지 말고 과감하게 많이 해보자. 그동안은 도시농부를 농산물 수확에만 투입했는데, 배추김치로 절이고 버무리는 생산과정에도 투입해야 한다. 생산업체에 공간을 마련해서 도시농부, 새마을부녀회 등과 연계해서 배추김치를 생산·판매하면 좋겠다. 소득이 안 되더라도 많이 생산하는 의미는 농산물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못난이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돌아왔다. 식품공장에서 할 때도 생산업체에 손해 안 가게끔 사업을 추진하고, 판매는 도청에서 책임지겠다.

김 지사는 김치생산업체 대표,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직원들과 소통했다.
김 지사는 김치생산업체 대표, 충북도 농식품유통과 직원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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