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 줄어 겸업 나서고 각종 병해충에 노출
국가인권위원회 “여성이 기후위기 대응 교육·정보접근성 불평등”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기후재난과 여성농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여성에 더 가혹하다며 실태조사와 지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기후재난과 여성농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여성에 더 가혹하다며 실태조사와 지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로 더 이상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즉 끓는 지구라고 심각성을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몇 년간 전례 없는 긴 장마와 병충해로 농작물의 직접적인 피해가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농민에게 기후위기는 더 가혹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

농업소득이 줄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은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지거나 겸업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야외 뙤약볕에 노출돼 근골격계·온열질환에 시달리고 병충해 방제에도 애를 먹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농어민 인권에 관한 실태조사’(2022년)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교육과 정보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등 더 빈번해지는 기후위기에 여성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재난과 여성농민’ 토론회 참석자들은 나날이 강도를 더하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여성이 있다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여성농민에 더 치명적
김정열 비아깜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기후위기가 여성에게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주는지 쯔쯔가무시로 인한 농업인안전보험 청구자료를 예로 들었다. 김 위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쯔쯔가무시증이 발생한 농업인은 4765명이었다. 10만명당 발생률은 여성이 158.7명으로 남성 89.4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아 병해충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여성의 교육과 정보 접근, 특히 종자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며 “물과 에너지를 덜 쓰는 생태적인 생산방식을 통해 땅을 돌보며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과 로컬푸드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외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농민은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문제로 인한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설문조사를 보면 ‘허리, 무릎 등 근골격계 통증’이 61%로 가장 많았고,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37.7%), 온열질환(29.9%)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농민이 진드기와 외래해충 위험도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며 이 위원장은 “기후위기로 새롭게 발생하는 농민의 건강문제에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농어민 인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건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농어민 인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건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기여도 걸맞은 안전보호대책 필요
기후재난 실태조사·건강권 확보 정부지원 시급


실태조사 시급…여성을 기후위기 대응 주체로
여성을 기후위기 대응 주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정학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여성의 생산기여도는 높지만 기계에 익숙하지 않고 장시간 야외 농작업에 노출돼 있다”면서 “기후위기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생산기여도가 높은 여성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고령비중이 높은 여성농민을 위한 특단의 안전보호대책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원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역시 “기후위기 완화는 농민과 동떨어진 별개가 아니고, 특히 여성이 앞장서 농업계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작업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최소한의 안전망 농어업재해보험이 제역할을 해야 하지만 농업경영체 등록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토론회에서 관련해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 요구도 제기됐다.

이춘선 위원장은 “부부가 공동경작을 해도 경영주는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 공동경영주 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해법으로 실제로 농사를 짓는 여성이 농민으로 인정받도록 농가단위 정책이 아닌 개인을 기본으로 인정하는 농어업경영체법 개정과 농민기본법 제정을 피력했다.

또한 “전국 단위 실태조사로 상황이 어떤지 현황을 파악하고, 또 성별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성인지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윤미향 의원은 “농업분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됐지만 농민은 기후위기 정책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로만 규정하고 있다”면서 “농민, 그중 여성이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로 세우는 정책으로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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