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조직 질적성장 더뎌 농협 존재감 증대

지난 7일 제4차 미래농협포럼에서는 농․축협이 본연의 기능에서 한 발 나아가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센터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7일 제4차 미래농협포럼에서는 농․축협이 본연의 기능에서 한 발 나아가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센터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가인구 감소·고령화로 위기 맞은 농협에 단비
포용사회 구현 등 사회적 책임 다할 수 있어 긍정적 

지역에서 농협 존재감도 커져
의료와 돌봄, 복지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새로운 농협의 역할로 보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4차 미래농협포럼에서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생산자단체로서 농축협의 본연적 기능에서 한 발 나아가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센터로 기능하는 것이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기감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지역주민 삶의 질 제고와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 연구와 제도개선 TF에서 농축협이 농촌지역이 요구하는 사회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지역문화복지센터, 요양원, 농업인 돌봄센터, 교통편의 제공, 지역경관 돌봄 등 다양한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농업가치 확산과 포용사회 구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설명했다.

농가인구 감소와 농업인 고령화는 농협에게도 큰 위기다. 조합원 감소로 이어져서다. 2010년 245만명이던 전체 조합원은 지난해 208만명으로 15.1% 감소했다. 65세 이상 고령조합원은 115만명으로 전체 55.5%나 차지했다. 반면 45세 미만 청년조합원은 8만6천명으로 전체 4.1%에 불과하다.

안 위원은 생산기반과 조직기반 약화, 비즈니스적 논리로 농협을 이용하는 조합원이 늘어나며 협동조합 정체성이 위축되고 준조합원(58.0%), 비조합원(35.8%) 비중이 늘어난 점을 농협의 위기요인으로 보며 사회서비스 제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농촌지역의 취약한 정주기반과 서비스 이용요건은 도시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며 지역소멸을 부채질하고 있는 점은 오히려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거기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난해 2만3천개를 돌파하는 등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성장은 뒤처져 지역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잘 수행할 수 있는 농협의 존재감도 중요한 요소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들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농축협이 지역센터로 역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수행하는 기관들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농축협이 지역센터로 역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지역센터 도입에 찬성 압도적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섣부른 시설 투자보다 단계 밟아 리스크 줄여야”

농협이 지역밀착 사회서비스 제공해야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농축협 전·상무 1천명을 대상으로 ‘지역센터로 농축협 역할 확대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도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 제공에 찬성의견이 93.7%에 달했고, 찬성하는 이유는 ‘고령조합원 증가’ ‘급격한 농업생산기반 약화’ ‘지역소멸 위기감’ ‘새로운 사업창출의 기회’ ‘농축협 외 사회서비스 조직 부재와 역할 미흡’ 등의 순이었다.

지난 2018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장계농협은 조합원 요구로 치과의원을 개원했다. 임플란트 시술비도 일부 지원하는 장계농협은 여러 효과를 거뒀지만 임대료 수입 외 다른 수입원이 없고 인건비만 부담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고임금과 사택, 차량을 제공함에도 페이닥터의 잦은 이직과 충원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장계농협 관계자는 “이런 현실을 알았다면 치과의원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안 위원은 “인식조사에서 사회서비스 제공의 중요성(94.3%)과 시의성(72.5%)도 높았다”며 “자체자원만으론 사회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고 조합장 교체에 따른 지속가능성과 전문인력 양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도시 농․축협이 일정부분 기금 조성·지원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제도화하는 요구가 많았다고 안 위원은 덧붙였다.

맞춤형 사회서비스 제공으로 차별화
이날 포럼에서 각 지역의 차별화된 사회서비스 사업도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충북도청과 농협충북영업본부가 손잡고 올해부터 추진한 ‘의료비 후불제 지원’이다. 목돈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취약계층에 1인당 5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을 대납하고, 환자는 무이자로 36개월 분할상환하는 사업이다. 농협은 정책자금으로 25억원을 지원하고 충북도는 이자를 지원한다.

이주형 충청북도 보건정책과 의료비후불제팀장은 “민선 8기에 들어서 65세 이상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6개 질환을 지원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로 상환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농협과 대출한도와 상환기간을 따져 사업을 설계해 그런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14개 질환으로 늘려 지원할 뜻을 밝힌 이 팀장은 “농협이 단독으로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지만 충북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나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면 시너지효과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용대 농협중앙회 농촌복지추진팀장은 출구전략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팀장은 “조합장이 표를 의식하고 가시적 성과만을 생각해 ‘우선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앙회 자금지원만을 바라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요양원을 운영한다면 시설 건립 대신 도시락 반찬나눔, 목욕서비스 등을 먼저 실시해 대상자 수요를 파악하고 직원들의 전문성도 서서히 올려야 한다”고 단계를 밟아 추진할 것을 강조하며 한 농협이 독단적으로 하기 보다 지역의 여러 농협과 연대해 공동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면 실패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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