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 농업의 성장동력, R&D에서 얻다
① 밭작물 생산 전과정기계화 기술 개발(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경영의 불안정, 국제적인 식량수급 불안 등은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인류생존의 가장 큰 위협요소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를 농업 R&D(연구개발)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은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융․복합을 통해 식품․의약 분야를 넘어 일반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여기에는 농업 R&D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 R&D는 국민의 생명산업 보장과 국가 미래기반의 안정적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투자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우수 연구성과를 통해 농업 R&D의 중요성을 재조명해본다.

 

밭작물 생산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힘든 밭농업을 생력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직원들이 개발한 농업기계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밭농업 기계화율 63.3%...농업생산성 저조 주원인
 농진청, 생산 전과정 기계화로 시간·노동력 절감 기여
“디지털·융복합 기술로 저투입․고생산성 실현할 터”

더딘 밭농업 기계화...
고민이 큰 만큼 보람도 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젊은 층의 도시 유출로 우리 농촌은 일손부족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영농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밭농업 기계화 요구가 크다. 농업기계화를 위한 기초기술 연구의 본산인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직원들의 책임과 사명이 큰 이유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논농업 기계화율은 99%에 달하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63.3%로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특히 타작물과 범용으로 이용하는 경운·정지나 방제, 비닐피복작업을 제외한 파종·정식, 수확작업의 기계화율은 10~30%로 저조합니다. 

이에 우리 밭농업기계화연구팀에서는 마늘, 양파, 무, 배추, 콩, 감자, 고구마, 참깨, 들깨 등 주요 10개 밭작물을 대상으로 기계화가 미흡한 파종·정식기, 수확기를 중점 개발하고, 본밭 준비부터 수확까지 모든 작업을 기계로 할 수 있는 밭작물 생산 전과정 기계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개발된 농기계를 산업체에 기술이전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노력도 경주하고 있습니다.”

우제근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연구사의 자긍심이 묻어나오는 말이다.

기술개발․시범사업․정책․홍보 ‘4박자’ 중요

우제근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연구사
우제근 밭농업기계화연구팀 연구사

밭작물 생산 전과정 기계화 연구는 농진청 소속 작목 연구기관인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의 협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계화가 미흡한 농작업의 농기계 개발, 기계화 재배에 적합한 품종 선발, 기계화 표준재배양식 공동으로 개발해 생산 전과정 기계화 기술을 확립하고 있다고. 

“최근 우리 팀의 밭작물 생산 전과정 기계화 연구성과는 마늘과 양파, 감자, 고구마가 있습니다. 마늘의 경우, 1천㎡(300평) 기준 총 생산시간을 251시간에서 82시간으로 약 67% 줄일 수 있으며, 양파는 176시간에서 55시간으로 69%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자는 생산 전과정 기계화를 통해 총 생산시간을 54시간에서 25시간으로 54% 줄일 수 있고, 고구마는 70시간에서 49시간으로 생산시간을 30%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요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밭농업 기계화율은 더디다. 이 같은 문제는 기술적 요인에만 있지 않기에 관련 정책과 시범사업, 홍보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우제근 연구사는 강조한다. 

“밭농업 기계화가 더딘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밭작물 재배농가 90% 이상이 재배면적 0.3㏊ 미만으로 경영규모가 영세합니다. 따라서 농기계 구입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이용률이 낮습니다. 둘째, 지역과 작목에 따라 소량다품목 농기계 생산은 채산성이 낮아 산업체에서 개발·생산·보급에 소극적입니다. 셋째, 밭농사는 논농사와 달리 경우 주로 경사지에서 이뤄지다보니 경지정리 등 기계화 생산기반 정비가 안 돼 있는 점도 기계화 촉진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파종·정식·수확작업 농기계를 개발하고, 기존 농기계를 개량·보완해 범용화·고성능화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정책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기계 장·단지 임대 등 임대사업정책에 발맞춰 기술 개발과 홍보를 기획하고, 자체적으로는 신기술시범사업 등 신개발 농기계의 현장실증과 연·전시, 홍보 강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산학연 협력으로 맞춤농기계 개발

우제근 연구사는 농작업 기계화를 위한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완성도 높은 농기계 개발과 산업화 촉진을 위해서는 산·학·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작목 연구기관과 협업연구도 병행하고 있죠. 더 나아가 개발된 농기계의 현장적응성 강화를 위해 주산지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과 협업해 현장실증연구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3월 국립농업과학원은 밭농업 기계화 촉진을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전라남도농업기술원, 경상북도농업기술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전남서남부채소농협,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과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러한 협업체계를 토대로 각 주산지에서 농기계 현장실증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담당공무원, 농업인과 토론하며 현장 요구에 부합하는 농기계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우 연구사는 말한다.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하겠습니다”

농진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의 미래 연구방향에 대해 우 연구사는 디지털과 융·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밭농업 기계화의 미래를 위해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기술과 농기계의 융·복합 연구도 추진 중입니다. 밭농업 스마트화 연구를 통해 작물의 생육, 수확량 등을 파악해 맞춤처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료·농약 등 투입되는 자원은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험이 아닌 정형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새로 유입되는 귀농인의 농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농업생산 기반을 안정화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밭농업기계 개발을 위한 연구기간은 주로 2~3년으로 과제가 설계돼 있다. 하지만 밭작물 농작업 시기에 맞춰 개발한 농기계에 대한 성능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3개월에 불과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능시험과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영양간식이자 간편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풋옥수수 수확작업이 생각납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연구원들과 함께 호흡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재배양식을 조사하고 풋옥수수 이삭을 따며 줄기를 베고 나르는 등 중노동을 하면서 농사는 정말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풋옥수수 수확기를 꼭 개발해 보급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현장에 적합한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의 땀방울이 스마트한 농기계 개발 성과로 이어져 대한민국 농업인들에게 미소를 찾아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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