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지역소멸 위기에 농축협 역할론 확대
정부․지자체 복지파트너로 시설․고정투자 필요

우리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복지·사회참여·여가·소득과 소비·노동)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48.7%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여건이 2년 전과 비교해 변화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39.1%, 그리고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도 12.2%나 됐다. 

향후 필요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공시설은 보건의료시설이 27.9%로 가장 높았고, 공원·녹지·산책로, 사회복지시설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건의료시설과 보건의료·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는데, 특히 농어촌 거주자는 도시 거주자에 비해 의료·요양보호 서비스와 노후 소득지원, 문화·여가 복지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결과는 열악한 정주여건과 의료·복지·문화 인프라, 그리고 관련 서비스가 취약한 농촌의 현실을 대변한다 하겠다.

통계에 의하면, 2019년 말 기준으로 보건소를 제외한 병·의원은 자치구·일반시의 경우 한 곳당 약 517개, 도농복합시는 한 곳당 약 317개, 군 지역은 51개로 농촌주민은 의료시설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 사회복지시설도 자치구·일반시에 비에 턱없이 부족하고, 교통 인프라도 부족해 도·농 간, 읍·면 간 주요 생활서비스나 시설 접근이 어렵다.  

이에 농촌지역 곳곳에 있는 농축협이 농업인 생산자단체로서의 역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농축협 본부장급 93.7%가 농축협이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한다. 농촌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기 등 지역 사회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사업 창출의 기회라는 점이 농축협의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 역할론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시설·고정투자를 농축협 독자적으로 하는 건 무리이기에 지자체가 이를 수행하고, 농축협은 운영·관리에 중점을 둬 사업 효율성과 효과를 높여야 한다. 사업 범위도 조합원 위주에서 지역주민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관내 사회적경제조직의 전문시설과 인력을 활용하는 지역포괄케어체계로 전환한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정부와 지자체도 농축협의 복지서비스가 조합원 환원사업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복지 파트너로서 역할을 재정립하고, 적정한 수준의 성과이행을 담보로 지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기존 농축협의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의 대부분이 시설·인력 중심이고, 고령인이나 조합원 돌봄에 치우쳐 있어 청장년 조합원들의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과 조합원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지역기반 약화와 지방소멸 위기에도 선제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사람과 지역, 생활, 그리고 청장년·고령조합원, 지역주민을 아우르는 포괄케어시스템으로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와 지역사회 유지를 위한 역할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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