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구독자 ‘패션 팬 아시아’ 4년간 운영 
‘중년여성’ 타깃…명품 아닌 ‘옷 활용’에 초점 
​​​​​​​옷차림에 더해 바른 자세와 당당한 몸가짐도

■ 만나봅시다- 무역 에이전트 대표이자 패션 유튜버… 윤에스더의 영화 같은 패션 이야기

고만고만한 유튜브 패션 채널 중 유독 유튜버의 우아한 몸짓과 손짓, 차분한 말투가 인상적인 채널이 있다. 바로 ‘패션 팬 아시아(Fashion Pan Asia)’다. 지난 4년여간 패션 팬 아시아를 운영해 온 유튜버이자 무역 에이전트 ‘팬 아시아’를 16년간 이끌고 있는 윤에스더 대표를 만났다.
“옷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지요. 하지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느라 유튜브 채널에 좀 더 신경을 쓰지 못해서 늘 안타깝습니다.”
16만9천여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보유한 패션 팬 아시아는 중년여성 패션에 특화돼 있다. ‘중년을 위한 코디/귀티나는 중년/실패하지 않는 부티나는 옷 여자 스타일/중년 한 끗 차이 코디 법’ 등이다.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13년간 국내외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그는 그동안 느끼고 경험했던 패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윤에스더 대표는 “사실, 내가 좀 더 괜찮게 보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윤에스더 대표는 “사실, 내가 좀 더 괜찮게 보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윤에스더 대표는 상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들어가 서양화를 전공했다. 큰 키(173㎝)에 어려서부터 옷차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패션모델’이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하지만 모델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한 모델 기획사 시험을 어렵게 통과하고 떠난 연수에서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 모습을 본 뒤 자신과 맞지 않는 모델계 문화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후회합니다. 길지 않은 나의 인생에서 해보지도 않고 포기했던 유일한 선택이었어요. 당시 조금만 참고 배우면서 무대에 서봤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후 해보고 후회할 것이냐, 안 해보고 후회할 것이냐 라는 상황에서 항상 해보고 후회하는 길을 택했던 것 같아요.”

모델의 꿈을 버리고 스스로 개척한 진로는 ‘패션 디자이너’. 습작으로 가득 채운 스케치북을 품에 안고 패션회사를 찾아다니길 수십 번. 오라는 데 없어도 갈 데 많은 꽃다운 나이라서 두려울 게 없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회사들의 채용 소식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때가 아니었지요. 발품을 팔아가며 혹시 자리가 나면 연락해 달라고 인사를 하고 다녔습니다.”

첫 직장도 그의 열정과 바지런함으로 구했다. ‘정원이 다 찼다’는 말에 돌아서던 그를 눈여겨본 어느 회사의 담당자가 나중에 다시 방문했을 때 기억을 하고 추천했던 것.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지만, 처음엔 시장에 다니면서 실이나 단추 등 부자재를 사거나, 원단을 사서 옮기는 등 막노동이나 다름없지요. 회삿돈도 내 돈이라고 여기고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깎는 등 잘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좋아 보였나 봐요.”

옷차림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바른 자세와 당당한 몸가짐이 따라야 한다고. 
옷차림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바른 자세와 당당한 몸가짐이 따라야 한다고. 

지혜의 힘으로 ‘아메리칸 드림’ 이루다
스물여섯, 가진 게 없어 무너질 수도 있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당시 그가 다니던 회사 대표의 물심양면 지원과 지혜의 힘으로 이룰 수 있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유학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 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지요. 유학비자를 받기에는 나이가 많은 데다 가진 재산이 없었어요. 게다가 영어회화가 익숙지 않았지요. 회사 대표께서 신원보증과 재정보증을 서주셨어요. 그 많은 서류들도 만들어주셨고요. 또 대사관 면접을 보러 가면서 나름, 잘 차려입고 스케치북을 애지중지 안고 가서 보여줬거든요. 4년짜리 유학 비자를 단번에 받았지요. 돌이켜 보면, 만남의 축복이 참 많았어요.”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 패션 공부를 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일을 하다,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을 구상 중인 한 패션회사의 스카우트 제의에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쌓게 됐다.

무역 에이전트 팬 아시아는 대개 인도네시아 원자재를 한국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개 역할을 하는 곳으로 16년째 성업 중이다. 

처음부터 패션 유튜버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동대문시장에 가서 이런저런 조사를 한 뒤, 해외 바이어들에게 메일도 보내봤다. 

“반응이 시원치 않았어요. 동대문 물건이 저렴하고 질도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이 워낙 저가 물건을 많이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러던 중 ‘패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보라’는 한 지인의 말에 솔깃했다. 이정석패션, 아라모드, 나산실업 등 국내 굵직한 패션회사와 미국 FIDM 패션전공, Breaking LTD디자이너 등 13년간의 국내외 패션업계 경험이 패션 유튜버로서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로 ‘굉장히’ 바빠졌다. 채널이 알려지면서 KBS, EBS 등 방송사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일과 중 하나인 신문 읽는 시간도 아끼기 위해 아침마다 찾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신문을 보는 방법도 익혔다. 

좋아하는 패션을 하고 싶어서 ‘50대 패션 유튜버’ 간판을 내걸었는데, 어느 새 60대를 맞은 윤에스더 대표는 “언제나 구독자께 도움이 되는 채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중년이라면 어느 정도 옷의 가짓수는 많을 텐데요, 오늘 내가 입은 이런 기본적인 니트 셔츠 등이 없어서 활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윤에스더 대표는 오는 12월부터 ‘농촌여성신문’을 통해 중년여성들에게 ‘옷 잘 입는’ 꿀팁을 ‘도움말’ 형식으로 전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