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나라살림硏 수석연구위원
“1/3 이상이 이자받고 국가가 되돌려받는 예산”
국회예산정책처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삭감은 졸속 결정” 직격

지난달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농업예산 증액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농업예산 증액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증액된 농업예산, 허상 드러나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도 예산안은 18조3330억원으로 전년보다 9756억원 증가했다. 국가 총지출 증가율 2.8%보다 2배 높은 5.6%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농식품부는 정부가 농업·농촌분야 투자 확대 필요성이 정부 내에서 공감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농업예산 증액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상민 니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농업예산이 국가예산 증가율보다 높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내년도 농업예산안이 9700여억원 증가했는데 그중 1/3 이상이 넘는 3800억원은 융자지원예산으로 농업인에게 이자를 붙여 국가가 되돌려받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이 제기한 예산은 맞춤형농지지원(융자) 사업으로 올해 8577억2600만원에서 내년 1조2412억6000만원으로 3835억3400만원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44.7%나 된다. 주대상이 청년농업인인 이 사업은 비교적 낮은 이자로 지원된다지만 상환에 실패할 경우 빚만 지고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2018년부터 대대적인 추진한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을 들며 정책변화도 이날 제안됐다.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청년농 비중은 육성정책이 본격화된 2018년 0.7%에서 지난해 0.7%로 정체됐고 숫자로 따지면 오히려 줄었다”면서 “영농준비 단계 재원배분을 1.4%에 머물고 있는 준비단계에 더 할애하고 논 중심으로 매입하는 농지은행은 청년농이 원하는 밭 중심으로 농지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을 보면 외청 중 농촌진흥청이 가장 많은 삭감률을 보였다.(국회예산정책처 제공자료)
2024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을 보면 외청 중 농촌진흥청이 가장 많은 삭감률을 보였다.(국회예산정책처 제공자료)

외청 중 농진청 삭감률 1위…50%이상 감액사업도 12개
97.7% 깎인 ‘생력안정화 기반 기술개발’은 유지 어려워

앞서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국세수입이 59조1천억 부족해짐에 따라 긴축재정의 정당성을 부여하면서도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예산을 크게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경제활력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농업직불 예산을 3조원 편성했다”면서 “농업직불제 확대 개편은 대통령의 공약으로 4년 만에 3조원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2027년까지 5조원으로 확충되는 농업직불제의 내년도 예산안을 세부적으로 보면 소규모 농가 직불금 단가는 올해보다 10만원 늘어난 130만원 지급, 콩·가루쌀로 대체 재배 시 100만원 늘어난 ㏊당 200만원 지급,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프로그램 신규 도입, 고령농에서 청년농에게 농지이양 은퇴직불 지원단가 인상 등이 포함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미래에 큰 부담”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한 같은 날 국회예산정책처가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는 정부가 5조2천억원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것은 정책 일관성이 없고 근거와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예산삭감이 졸속으로 이뤄져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직격탄을 날린 것.

정부는 나눠먹기식 소규모 예산 난립과 국내중심 폐쇄적 연구, 가시적 성과 미흡을 이유로 연구개발 예산을 중점 정비분야로 규정하고 전년보다 16.6% 줄어든 25조9천억원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농촌진흥청 등의 사례를 들며 초유의 연구개발 예산삭감의 심각성을 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연구개발 예산이 9022억원에서 내년 7174억원으로 1848억원 깎였다. 비율도 따지면 20.5%에 이른다. 중앙정부의 청 중에서 삭감률은 농촌진흥청이 1위며, 그 다음이 20.1%(317억원 감소)가 깎인 산림청이다. 심지어 농촌진흥청은 50% 이상 감액된 연구개발 사업이 12개로 역시 청 중에서 압도적인 1위였으며, 다음이 방위사업청으로 8개였다. 금액으로 보면 올해 882억3700만원에서 내년 214억8600만원으로 75.6%가 줄었다.

그중 지역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한 생력안정화기반 기술개발은 올해 64억8500만원에서 1억4800만원으로 97.7% 깎여 사실상 사업 유지가 불가능해졌다.

세율 조정해 재원 확보 촉구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폭 감액해 기존 투자 성과가 매몰되거나 목표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개발 구축된 장비나 인프라가 활용되지 않고 사장되면 미래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비합리적 예산안 편성은 연구개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신뢰도도 감소시킨다”면서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고 중장기적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성장동력으로서의 연구개발예산의 합리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연구개발 예산은 한 번 축소하면 회복이 쉽지 않고 기초연구가 인색한 우리나라가 재정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도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면서 “내년도 국세 감면율이 법정한도인 14.0%를 초과한 16.3%에 도달할 전망이라 세율을 새로 조정해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