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산지를 가다 – 참외의 본고장 경북 성주

경북 성주에 첫발을 내딛자 농지마다 일렬종대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시설하우스가 장관이다. 경북 서남부의 비옥한 토양을 가진 성주에서 참외는 전체 재배면적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농산물이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원장 김동환)은 지난 24일 105차 신유통토론회를 열어 성주 참외산업의 성공요인과 유통 전략을 분석하는 현장 토론회를 진행했다.

성주군의 한 참외농가 부부가 올해 수확한 참외를 바라보고 있다.

참외 소비 진작에 민·관 협동
성주군의 참외 재배농가는 3841곳(2022년 기준)에 달하며 지역 집중도가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중 연 1억원 이상 조수입을 올리는 농업인은 1713가구로 전체 참외 생산농가의 44.6%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성주군은 4년 연속 참외 조수입 5천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성주군은 이에 발맞춰 포장재 개선, 저급품 수매와 자원화사업, 민간 거버넌스인 ‘참외산업발전위원회’ 조직 등 참외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2006년 무렵 유통 현장에선 참외 포장재에 대한 규격이 없어 고봉밥을 빗댄 ‘고봉참외’가 보편적이었다. 이에 성주군은 농가에 15㎏, 10㎏ 규격박스를 보급해 유통 문화를 개선했다.

또 2008년부터 저급 참외 수매사업을 단행하며 저급과 시장 유통을 근절하고 고품질 참외 유통으로 성주 참외 위상을 높였다. 연간 저급품 참외는 84만 상자로 9천톤에 육박했다. 군에서는 퇴비화 과정에서 나오는 액비를 기능성 액상비료로 만드는 비상품화농산물 자원화센터를 성주읍 대황리에 조성하는데, 현재 준공 막바지에 들어갔다.

전상택 성주군 농정과 농산물유통팀장은 “폐기물 관리법 상 퇴비를 활용해 기능성 비료를 만드는 게 가능했다”며 “미생물제제를 농가에 환원하면서 탄소저감농법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은 농가에 15㎏, 10㎏ 규격박스를 보급해 유통 문화를 개선했다.
성주군은 농가에 15㎏, 10㎏ 규격박스를 보급해 유통 문화를 개선했다.

다양한 마케팅으로 원활한 유통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지난 24일 성주 대가면, 월항면 일대에서 주최한 현장토론회에서는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현장견학이 이뤄졌다.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성주조공)과 월항농협은 참외 산지유통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이곳에 공선회원으로 가입을 원하는 농업인이 줄을 잇는다며 관계자들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광식 성주조공 대표는 “연간 7만2700㎡(2만2천평)에서 생산한 참외로 760억 매출을 올린다”며 “4년 전만해도 553억원이었는데 올해 76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성주 참외는 산지에서 공판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다. 읍·면 지역농협 7곳에서 농산물 산지유통센터가 활발히 운영되고, 각 센터장들이 적정가격 유지에 나서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성주조공에서는 대형마트와 90% 이상 거래하고, 마트별 행사를 추진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소포장 위주로 납품하고, 특정 시기에 참외가 과잉 생산될 때는 ‘막담아행사’를 통해 1만원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대표는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운영하는 자동화된 선별작업시설을 소개했다.

월항농협에서는 선별작업에 AI기술과 빅데이터 도입을 앞두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12억원과 3년간 36억원의 사업비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강도수 월항농협 조합장은 “월항에서 연간 참외 1만톤이 생산되는데, 노동력을 50% 절감할 수 있는 AI선별기와 정보처리시스템을 용역업체에서 제작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1조당 인력 40명이 필요했는데 6조를 15명만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 팔 모양의 AI선별기는 참외의 형상, 중량, 당도 등을 측정하고, 특·상·보통으로 등급을 결정한다. 축적된 데이터로 농가가 객관화된 등급을 확인, 토질 등 밭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월항농협에서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영농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월항농협은 공선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참외로 국내 유일 ‘참외마스크팩’과 ‘참외씨기름’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트렌드 맞춘 가공식품 개발돼야”
이어진 농식품신유통연구원 토론회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성주 참외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관계자에게서 “참외에 다량 함유된 엽산 때문에 젊은 층도 일부 소비하지만 주력 소비층은 40대 이상이고, 청년층은 참외를 무료로 줘도 안 가져간다고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이광식 대표는 “참외를 깎아서 무료시식을 진행하면 어느 열대과일보다 좋아한다”고 전하며 “간편식을 선호하는 청년층을 공략하려면 컵과일이 트렌드에 맞지만, 참외는 자르면 과즙이 생겨 깔끔하지 않고 포장했을 때 위생이 나빠진다”는 애로를 전했다.

또한 참외 가공식품이 빈약하다는 지적에 전상택 성주군 농산물유통팀장은 “참외장아찌가 예상보다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참외마스크팩은 상용화되고 있지만, 참외씨기름은 원가가 높아 소비는 부진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이어 “원물 변화가 없어야 되는데, 어려움이 있어 식품개발 연구가 필요하고,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 현장에서 – 정순희 한국생활개선성주군연합회장
참외 농작업 환경 열악해 ‘골병’
농촌여성에게도 스마트농업 교육·시설 지원돼야

정순희 한국생활개선성주군연합회장
정순희 한국생활개선성주군연합회장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정순희 한국생활개선성주군연합회장은 정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1만6528㎡(5천평) 시설하우스에서 참외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참외 재배기간이 1~10월로 길다.
성주가 고향이고 소싯적부터 참외농사를 지었다. 요즘 성주 농촌여성들은 참외 모종을 키워 접목에 한창이다. 성주의 비옥한 토질에서 참외가 당도도 좋고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재배되고 있어 농촌여성들은 복 받은 땅이라 말하곤 한다. 수확하면 농협에서 판매해주고, 지역상인이 수매해 가고, 소비자에게서 개인 주문을 받기도 한다.

- 시설하우스에서 참외 농사일이 포복자세다.
참외재배 농가에서는 보통 하우스 40동씩 농사를 짓기도 한다. 성주군에서 5~6개월 동안 외국인근로자를 연계해줘서 농업인들이 고마워했다. 오랜 시간 쪼그리고 앉아 모종을 심고 수확하다 보면 무릎건강이 나빠진다. 올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일부 농가에 농약 노즐을 바닥에 설치해주는 시설참외무인방제시스템시범사업을 지원해줬다. 그런데 3800여 참외농가 가운데 14농가에만 혜택이 돌아갔다. 더 많은 농가에 지원돼야 한다.

- 성주농촌여성들의 농사 애로점은.
참외 수확철이면 몸이 안 아픈 곳 없이 힘들다. 농업인들이라 대부분 허리, 무릎이 안 좋다. 농가마다 참외 물량이 쏟아질 때면 노동력 대비 시세가 낮아 아쉽기만 하다. 정부에서 스마트팜 시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줘 성주에서도 스마트팜 농가가 있는데 대부분 청년농이다. 청년층 위주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농촌에서 60대 여성들은 한창 사회활동하고 농사에도 익숙하다. 농촌여성들에게 디지털교육과 스마트팜 시설 지원이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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