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난 해의 열두 동물의 이름을 따서 열두 띠를 붙이듯이 우리나라 지명 중에 동물이름이 들어간 곳이 많다. 그중에서 용, 말, 호랑이에 이어 닭이 네 번째로 많은 293곳이나 있다고 한다.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닭실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 마을로, 앞으로 내가 흐르고 넓은 들판과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의 산이 자리한 즉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명당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경주 양동마을, 안동 내앞마을, 풍산 하회마을과 더불어 닭실마을을 삼남의 4대 길지로 꼽기도 했다. 

예로부터 ‘새벽어둠을 뚫고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닭을 하늘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길조’로 여겼다. 닭은 다산(多産)의 상징이며, 붉은 볏은 높은 벼슬과 축복을 뜻하기도 했다. 

닭실마을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크게 활약했던 충재 권벌(權橃)이 기묘사화 때 이곳에 내려와 정착하면서 안동 권씨 집성촌을 이뤘고 500년간 그의 후손이 전통을 지키며 대대로 살고 있다. 아울러 닭실마을과 석천계곡 옛길은 문화재청이 명승 제60호로 지정한 곳으로, 충재의 종택이 있고 주변에 청암정과 석천계곡이 있어 볼거리가 많은 전통마을이다. 이 마을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마을로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충재박물관이 있어 이색적인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 가을, 가족과 함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즈넉한 봉화 닭실마을을 걸어보는 여유를 즐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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