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석이면 ‘6시 내고향’ 10년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 쌓아
60에 17세 연하 아내와 신혼일기
기진맥진 ‘섬섬옥수’ 왜 못 그만둘까
“희망과 즐거움 찾는 섬사람들…”

■만나봅시다- “인생은 60부터”…‘섬돌이’ 배우 최석구의 인생 2막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환갑을 맞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괜한 말일까. 아니다. 여기, 환갑 나이에 신혼일기를 쓰고, 세계일주 계획을 세우는 ‘인생 60’ 주인공이 있다. 바로, KBS ‘6시 내고향’ 간판 리포터로 우리나라 섬이란 섬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배우 최석구의 이야기다. 
1983년 KBS 공채 탤런트 10기로 데뷔한 그는 어느 새 올해 환갑을 맞았다. 하지만 훤칠한 키에 군살 없는 몸매, 그리고 뽀얀 피부와 동안은 눌러쓴 모자로도 가릴 수가 없다. 그는 지난해 11월, 17세 연하의 아내를 맞아 새 신랑이 됐다. 
나이 60에 노총각 신세를 벗어난 데는 ‘6시 내고향’의 역할이 컸다. 일하러 간 섬의 이장 부부의 막내딸을 만났기 때문이다. 9년 남짓,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를 내세워 150개 섬을 누빈 ‘섬돌이’ 배우 최석구를 만났다.

한 번 다녀온 섬은 2년이 지나야 다시 간다는 ‘6시 내고향’ 나름의 규칙이 있다. ‘섬돌이’ 배우 최석구는 제작 환경이 더 좋아져서 전남 신안 앞바다에 있는 만재도나 가거도 등 1박2일 일정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먼 섬에도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 번 다녀온 섬은 2년이 지나야 다시 간다는 ‘6시 내고향’ 나름의 규칙이 있다. ‘섬돌이’ 배우 최석구는 제작 환경이 더 좋아져서 전남 신안 앞바다에 있는 만재도나 가거도 등 1박2일 일정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먼 섬에도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섬사람들마다 고뇌와 아픔
데뷔 이래 ‘사랑이 꽃피는 나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사랑과 전쟁’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배우 최석구는 2014년부터는 6시 내고향 ‘섬섬옥수’ 코너를 맡아 섬을 다니고 있다. 리포터 출연 결정은 쉽지 않았다. 과거 여러 번 해외 촬영 중 배가 뒤집어져 큰 파도에 휩쓸린 탓에 ‘배는 다시는 안 탄다’고 마음먹곤 했던 터였다. 

“‘섬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고 거절했을 때, 당시 프로듀서가 ‘돈 받고, 섬 여행 다닌다고 여기라’고 해서 마음을 고쳐먹었지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매주 떠나는 촬영 기간은 1박2일, 새벽 1~2시에 출발하는 게 일쑤인 데다 대개 48시간을 꽉 채우는 빠듯한 일정에 기진맥진이 됐다.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이라고 쉬운 건 아닌데요, 힘든 가운데 섬에 가면 공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섬섬옥수 전에 국내 섬을 배 타고 가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내년 추석이면 섬돌이 생활도 만 10년이다. 50대에 시작해 60대가 됐다. 일정이 겹쳐 드라마 등의 일이 들어와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2016년 섬섬옥수 촬영 기간에 다친 양쪽 엄지손가락 뼈는 골반 뼈를 이식해야 할 정도로 염증이 악화했다. 그는 왜 섬을 다시 찾을까. 

“그동안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었을까요. 그때마다 지난 섬섬옥수의 추억들이 떠올랐어요. TV로 보면 참 평화롭고 좋아 보이잖아요. 그분들의 고뇌도 있고, 아픔도 있지요. 섬사람들의 사연을 듣다가, 섬사람도 아니면서 같이 막 울기도 했어요.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돌이켜 보면, 그런 게 좋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섬돌이로…. 하하하.” 

5~6번 다녀온 섬도 많다. 기상 상태에 따라서 안부를 묻거나, 명절에 인사를 주고받는 섬사람도 있다. 대부분 어촌계장, 이장 부부 등 촬영에 협조해준 사람들이다. 최석구는 그들을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지금의 장인·장모도 일하러 간 섬에서 만났다. 

“나와 잘 맞는 역할이기를…”
“엄마가 막내딸을 만나보라고 한 건 7년 전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작년 1월1일 만나서 11월에 결혼했어요. 여든의 아빠들이 ‘왜 안 나오냐’고 문자를 보낼 때도 있고, 결혼 소식에 엄마들은 내 엉덩이를 막 두드리면서 ‘새 신랑 왔냐’고 축하해주고, 나를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찾는 섬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섬섬옥수를 그만둘 수 있을까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1996년 어머니와 사별한 최석구에게 섬사람들은 부모를 만난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공교롭게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17세 차이였다. 막내아들인 최석구가 결혼과 동시에 고민에 빠진 까닭이기도 하다. 

“장인과 장모께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시는데, 늦둥이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요. 어릴 때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는 걸 진짜 싫어했어요. 선생님들의 가정방문도요. 나이 든 부모가 창피하고, 부끄러웠나 봐요. 내 아이도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 하하하.” 

부산에서 나고 자란 최석구는 요즘 말로 ‘혜은이 키즈’였다. 노래 잘하던 재간둥이는 커서 우연한 기회에 KBS 공채 탤런트가 됐고, 배우로서 욕심을 키웠다. 배우를 막 시작했을 무렵 음주가무를 즐기고, 쇼핑을 좋아하던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 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17년 전부터 백혈병 환우들의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보고, 공연을 함께하고 있어요. 10년 전부터는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으로 배식봉사를 하러 다닙니다. 손을 다치고 나서는 수술로 인해 못 나가기도 했는데요, 내가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보다 ‘나와 잘 맞는 역할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와 함께하는 세계일주를 꿈꾸고, 아내와 함께하는 한국에서의 미래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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