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만원대 약속 지켰다” 농업계 “22만원대 돼야”
작년比 재배면적 2.6%·생산량 2.1% 감소
농업계 “치솟은 생산비에 순익 크게 줄어”

지난 24일 국회에서는 적정한 쌀값 유지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정부와 농업계는 뚜렷한 의견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는 적정한 쌀값 유지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정부와 농업계는 뚜렷한 의견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쌀값(80㎏ 기준)이 2021년보다 24.9% 떨어지며 16만원대까지 폭락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안정을 이유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개정안을 남는 쌀의 강제매수법으로 규정짓고, 쌀값 인상은 고사하고 공급증가만 부채질한다고 반대한 끝에 폐기됐다. 대신 지난 4월 민당정 간담회에서 수확기 쌀값 20만원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쌀값은 작년 9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수확기 대책을 통해 반등한 이후, 민간재고가 감소하면서 5월 중순 이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에는 2021년 12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20만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농업계는 인건비·비룟값·유류비 등 경영비가 크게 치솟아 쌀값 22만원대를 요구하면서, 정부가 20만원대를 고착화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2020년 수확기 산지쌀값이 21만4184원이었을 때, 생산비는 48만원에 순익은 44만원(10a 기준)이었으며, 지난해는 생산비가 56만원으로 2년 전보다 16.6% 오르고 쌀값은 15.1% 떨어져 순익이 28.3% 감소했다.

이에 생산비 상승추세를 고려해 올해 수확기 쌀값은 22만원이 돼야 한다는 것. 지난 24일 국회에서 홍문표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적정한 쌀값을 두고 정부와 농업계의 확연한 의견차를 확인했다.

통계청 쌀 생산비 조사결과(2017~2022년, 단위:원)
통계청 쌀 생산비 조사결과(2017~2022년, 단위:원)

수급 안정적이라 시장격리 가능성은 낮아
가루쌀 제품 개발 등 소비진작도 중요

농식품부 “시장격리 필요 없을 듯”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올해 벼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2.6% 줄어든 70만8천㏊에 368만4천톤의 생산량을 예상하는 데 역시 지난해보다 2.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만7천톤 정도가 초과생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시장격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확기 대책에 관해서도 집중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공공비축으로 40만톤을 매입하고 산지유통업체에 벼 매입자금도 지원했다. 전략작물직불제와 가루쌀로 벼 재배면적을 지속적으로 감축한 것도 쌀값 안정에 한몫 한 것으로 봤다. 전략작물직불제(3만㏊)로 벼 재배면적은 1만7천㏊ 감축됐는데, 목표 대비 106.8%를 초과 달성한 것.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기존 대책이 사후적·단기적 대책과 경험적 정보를 따르면서 시장격리에 과다한 재정이 소요됐다고 반성했다. 그는 “9월 초 수확기 대책은 전략작물직불제 등 사전단계, 실시간 작황조사로 수급조절 등 생육단계, 시장격리와 공매 등의 사후단계 등 3단계의 선제적 대책이라는 점이 이전과의 차이”라면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과학적 예측으로 시장격리를 최소화해 재정투여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쌀농가 “쌀값 인상 효과 못 느껴”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계는 정부가 약속한 20만원 가격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2021년 수확기 이후 급락한 쌀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상황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 사무총장은 “쌀농가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농업소득을 주소득원인 쌀 소득으로 얻고자 하는 게 절실한 요구”라며 “현장의 대다수 농업인은 쌀값 인상의 효과를 못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 이유로 2020년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농지자격이 평균 17% 상승했고,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로 인건비가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모내기에 인부 1명을 고용하려면 하루 일당이 10만~12만원에서 15만~17만원으로 올랐지만 통계청은 지출비용이 오른 걸 반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가 쌀값 안정을 이유로 정부양곡 공매 또는 물가안정대책 등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물가 감안하면 22만원대가 최소치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정부와 여당이 시장격리를 선제적으로 나서게 하고 쌀값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물가상승과 생필품 등 가격상승 추이를 봤을 때 20만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나 미국에 불고 있는 한국김밥 열풍 등 소비진작을 위한 대책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준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경제연구실장 역시 “공급과잉 완화는 쌀 생산을 줄이는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어 가루쌀을 이용한 제품개발 등 가공산업 성장과 수출확대 전략을 짜 소비촉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곡관리법 개정안 폐기 이후 민주당은 쌀값 하락으로 지난해 농업소득이 전년보다 26.8% 감소하며 10년 전보다 추락했다는 점을 들며 이른바 쌀값 정상화 3법 통과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에서 지난해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1000만원선이 무너진 건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도 “올해 수확기 쌀값은 최소 22만원은 돼야 30년 전으로 후퇴한 우리 농가의 농업소득에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쌀값을 20만원대로 고착화하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농식품부가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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