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받았던 사랑과 관심 
사회에 돌려주고자 방송 등 출연
“좀 더 소통하고 함께하고 싶어요”
취미생활 ‘서각’ 수준급 실력 뽐내
사랑, 그곳…나무에 새기며 ‘수행’ 

■만나봅시다-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 교수의 ‘인생 60’ 이야기 

스포츠는 전략적인 판단을 기초로 몸을 움직이며 머리를 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대와 경쟁해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 증진은 물론 참가자와 관람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이만기 인제대학교 스포츠헬스케어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운동이나 체육 활동과 달리 규칙과 경쟁의 요소를 갖춘 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키우고 인생을 배우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스포츠인은 땀과 노력의 결실을 알고, 결과에 승복하며, 예의를 지키는 인간이다. 
1983년, 만 스무 살의 나이에 ‘초대 천하장사’에 오른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는 올해 어느덧 환갑을 맞았다. 최초의 천하장사, 운동선수 출신 엘리트·교수 1호, 성공한 방송인 이만기 교수에게 ‘인생 60’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흥기를 이끌었던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에게 현재의 몰락하고 쇠퇴한 한국 씨름은 자산이자 과제다. 씨름은 여전히 국가의 혼이 서려 있는 흥미 있는 스포츠이기에 ‘희망’을 바라본다. 
부흥기를 이끌었던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에게 현재의 몰락하고 쇠퇴한 한국 씨름은 자산이자 과제다. 씨름은 여전히 국가의 혼이 서려 있는 흥미 있는 스포츠이기에 ‘희망’을 바라본다. 

경남 의령 시골소년 ‘초대 천하장사’ 등극
1963년 경남 의령 태생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고향에서 소 꼴 베어 먹이고, 쟁기질하고, 써레질하던 평범한 시골소년이었다. 

“수십 년 새 농촌사회가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고령화에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고 동네와 마을이 없어지고, 소도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요. 삶의 질이 높아지니까 시골에서 살려는 사람들도 없어요. 정주 여건이나 열악한 문화적 환경도 시골을 벗어나려는 이유겠지요. 무엇보다 교육 환경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귀농·귀촌 관련 행정적 지원에 더해 여성들이 결정을 해야 합니다. 남편들은 그냥 따라가게 돼 있지요. 하하하.” 

이만기 교수는 KBS 교양프로 ‘동네 한 바퀴’의 MC로서 매주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찾는다. 배우 김영철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부터 구수한 진행 솜씨를 뽐내고 있다. 

진행자가 직접 여행지를 방문한 뒤 주택가나 번화가, 자영업 점포 등을 도보로 이동하며 현지인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영철씨는 배우라는 이점이 있었을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방송은 주로 내 이야기를 하면 되는 터라 어렵지 않은데요, 동네 한 바퀴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님, 아버님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가능한 작업이지요.”

씨름 선수 이만기는 1990년 은퇴하기까지 천하장사 10번, 한라장사 7번, 백두장사 19번 등 49차례의 화려한 우승경력을 쌓았다. 이만기의 은퇴는 ‘공부’라는 새 진로의 개척, ‘강호동’이라는 새 장사의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선수 시절 많은 분들께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운동만 하던 사람인데…’라는 우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도 있지요. 선수 출신 엘리트 1호로서 남다른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돼야 했고, 또 기왕 나선 김에 잘해야 한다는 마음도 먹게 됐지요.”

이는 과거 씨름 단체에 쓴소리를 내뱉고, 정치에 입문하고자 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이후 임오경 국회의원을 비롯해 선수 출신 정치인들이 배출됐기에 미련은 없다. 

신체와 정신 건강…유혹에 흔들리지 않아 
“스포츠를 통해서 상대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고, 패배했을 때 상대의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예의를 배우듯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도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오랫동안 보조금 지급에 머물러 있습니다. 생활체육이나 문화·예술 활동을 특정 지역이나 특정 장소, 특정 단체, 특정인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싶었습니다. 단지 안 헬스장에서 운동처방사의 조언에 따라 운동을 하고, ○○면 ○○리 복합문화시설에서 이웃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이만기 교수는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헬스를 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주중의 3일은 빡빡한 일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나머지 이틀은 ‘동네 한 바퀴’와 MBN ‘알토란’ 출연에 집중한다. 주말엔 경남도배드민턴협회장, 경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대사로서 지역 활동에 나선다. 틈틈이 즐기던 취미생활 ‘서각’은 미술협회에 가입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나야 잘 모르지만, 방송이든 어디든 이만기를 찾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요. 사랑과 관심을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자 시간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고 뭐든 하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서각도 세상과 소통하는 활동이지요. ‘복(福)’ ‘사랑’ ‘삶’ ‘그곳’ 등 의미 있고 아름다운 말을 새기는 작업은 흡사 수행과도 같지만, 작품을 본 이들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요.”

인생 60, 나이를 먹듯이 삶도 익어간다. 이만기 교수는 사람들과 좀 더 소통하고, 나누고, 같이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씨름 선수 이만기의 은퇴는 '향학'이라는 새 진로의 개척이었다.
씨름 선수 이만기의 은퇴는 '향학'이라는 새 진로의 개척이었다.

“내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고, 깨닫는 바도 있지요.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참게 되고, 이해되고, 배려도 하게 됩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의 평온함도 느껴지고요. 한편으론 나의 어떤 존재적 가치도 찾고 싶은데, 세상이 너무 많이 보이니까 다른 사람의 실수도 눈에 들어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이 함께할 때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사람이든 사회든 마찬가지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