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베이징대학 방문학자

시골에서 농민이 살고 

자연이 살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들이 소비해줘야 한다. 

땅과 생명 살리는 친환경농산물을 

도시민들이 찾지 않으면 

도시도 농촌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자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농민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베이징대학 방문학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베이징대학 방문학자

우연한 기회에 지리산 자락 곡성에 갔다가 그곳의 자연과 사람에 반해 2021년에 아예 집필실을 서울에서 곡성으로 옮긴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 그는 그보다 일찍이 우연한 기회에 곡성에 자리를 잡고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벼품종을 보존하고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쌀을 가공해 판매하는 한 농부의 농장에서 낮에는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쓰며 지낸다. 그런 그가 지난해 섬진강 들녘의 넉넉한 생명들과 땅일 일구고 살아가는 훈훈한 인심을 그린 책 <섬진강일기>를 펴냈다.

‘차도남’, 차가운 도시 남자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농촌으로 내려가 자연과 어울려 사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일기형식으로 그린 그의 책은 섬진강 들녘의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소감들을 섬진강 물줄기처럼 자연스럽게 평화롭고 따스하게 그렸다. 이 책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온 ‘사라지는 것은 시골이 아니라 서울이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우리는 흔히 현재 시골은 인구감소로 소멸되고 있는 반면 대도시는 인구 과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통계적인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인구가 사라지는 농촌은 새로운 보이지 않는 무수한 생명들이 되살아나는 반면 인구가 몰리는 대도시는 무수한 생명이 사라진다. 인구가 몰려있는 대도시는 치열한 경쟁과 고비용으로 인구의 재생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과 환경의 파괴로 도시의 유지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가 확장되면 될수록, 고도로 발전되면 될수록 전체 생명체는 감소하게 돼 있다. 그것은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다. 서울과 수도권이 인구가 많아서 그렇지 단순히 출생률을 비교하면 대도시는 농촌지역보다 훨씬 낮다. 올 2분기 서울의 출생률은 0.53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농촌의 인구감소가 심각한 것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체계의 강화와 확장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됐다. 이런 곳에서는 사회의 다양성도 공동체성도 희박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화와 유적지로 세계 사람들이 찾는 파리도 야트막한 몽마르뜨언덕에 오르면 도시 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다. 파리의 크기는 서울의 1/6정도다. 

인구의 도시 집중은 다양한 생명체의 상실을 의미한다. 최근에 나온 책 <사라져 가는 음식들>을 보면, 우리가 지구를 폭력적으로 지배한 결과, 약 100만종의 동식물이 멸종 위기에 몰려있다고 한다. 이미 멸종된 동식물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농민들 손으로 전승돼온 수많은 토종종자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국적 종자기업이 만든 획일화된 종자가 지배할 때 생명의 다양성은 사라진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전염병과 재해의 예측이 어려운 시대에 품종의 단일화와 획일화는 재앙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단일화된 품종은 단일화된 음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땅과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농산물을 도시민들이 찾지 않으면 도시도 농촌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가뜩이나 학교급식 등 공공영역에서 일정 부분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도록 규정돼 있는 조례들을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철회했거나 철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분명히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자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농민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시골도 살고 서울도 살고 지구도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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