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2147억 모금...기업출연 36.9%에 불과
인센티브 늘리고 행정편의로 기업참여 유도해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당시 여·야·정 합의에 따라 FTA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현행법상 민간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조성되는 이 기금은 상생기금 설치, 조성, 용도 등을 규정하는 3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개정을 통해 2017년 1월17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2017년부터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모금하기로 했음에도 정부와 기업들의 외면 속에 6년이 흐른 현재까지 2147억원에 그쳤다. 제도 시행 후 저조한 출연실적이 계속되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액은 공공기관이 1348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정작 FTA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출연금은 792억원으로 전체 출연액의 36.9%에 불과해 기금 조성의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기금 조성액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정부의 의지도 뜨뜻미지근해 좀체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모금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FTA에 따른 민간기업의 이익을 특정하기 어렵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며 홍보효과도 크지 않아 기업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어기구 의원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이 저조한 것에 대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미흡과 사업 연계성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반면,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은 2012년 출범 이후 2조5천억원을 돌파하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생기금 출연기업에 대한 공동 인센티브는 세제 혜택, 매칭자금 지원, 포상, 동반성장 평가 시 우대 등이 있다. 동반성장 평가의 경우 우수한 등급은 받은 대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가 면제되고,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농어촌상생기금의 경우에 식품기업 등 특수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에 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기업 홍보효과도 낮아 재무적 성과와의 연계성이 큰 기금을 선호하는 대기업들의 출연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 중 출연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롯데로 92억1천만원, 이어 LG가 53억6천만원, 삼성 53억원 순이고, 하림이 52억원으로 4위다. 식품대기업의 출연 실적은 미미하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2억원, 오뚜기는 1억원, 농심은 1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들 식품대기업은 원료 수급 등에 있어 농어민과 연관성이 깊고, 그동안 농어민과의 상생을 지속 강조해왔던 터라 이 같은 저조한 출연은 기업들의 상생협력 의지를 의심케 한다.

하지만 모금 실적이 저조하다고 기업들의 팔을 비틀 수만은 없다. 출연을 유도할 제도적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도 국감 때마다 앵무새처럼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제에 밀려 피해를 보고 있는 농어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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