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사람 - 신 인 준 제주 한림농협 조합장

 

조합 총예산, 모험걸고 성공시켜

 

대규모 매취사업의 성공사례로 제주 한림 농협의 양배추 매취사업성공 사례가 손꼽힌다. 매취사업은 농가에 안정된 소득을 보장해주는 장점은 있지만 ,자칫 사업 주체가 되는 농협으로서는  손실을 떠안는다는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어서 섣불리 조합장이 나서지 않는 사업이다.
제주 한림농협이 전국 최초 시도한 양배추 매취사업이 농가와 도매상 등 모두 310억의 수입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해 초 제주도 한림읍은 양배추가 풍년이었다. 한림농협 신인준 조합장(63)은 수확중인 양배추밭을 보면서 과잉생산으로  양배추가 폐기되는 것을 염려했다. 제주 양배추 농가의 큰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조합장은 매취사업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35년 농사꾼 출신 조합장으로 누구보다 농부의 아픔과 생산물에 대한 애착이 있는 신조합장은 모험이지만 매취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이미 양배추 과잉 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은 것은 작년부터였다. 제주시의 애월읍과 한림읍, 한경면지역의 조합장들이 수차례 회의하며 대책을 논의했고, 농민을 살리기 위해 같은 지역농협이 110억원을 들여 매취사업을 하자는 결론을 냈었다.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로부터 구매대금을 빌리며 발생하는 이자는 제주도가 보전해주기로 했다. 겨울 양배추의 제주도 생산량은 전국의 90% 수준인 10만2430여톤. 예상대로 과잉생산이었다. 수매가격도 결정되고 계획이 진행되던 중 난관에 부딪쳤다. 애월읍과 한경지역 조합장들이 난색을 표하며 사업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농협조합의 손실액이 너무 크고 손실을 보전할 방법도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한림농협 내부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지만 신 조합장은 매취사업포기는 있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조합장님이 조합장직과 조합장님의 전 재산을 걸고 매취사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셨습니다. 조건부 통과였죠.”
한림농협의 차성준팀장은 그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신조합장의 진심어린 설득에 이사진도 만장일치로 신조합장에 힘을 실어 주었고 ,한림농협이 제주  전역의 양배추 물량까지 맡기로 했다. 한림농협의 양배추 매취 사업의 규모는 총230억원 예산으로 한림농협의 1년간 총 예산규모와 맞먹으며, 작년 농협중앙회의 전국 매취사업규모인  360억원의 64% 수준이다.
농민들에게 수매대금이 풀리자 지역 경제도 생기를 찾았고, 생산비에도 못미치던 밭떼기 거래도 중단되었으며, 제주시도 산지폐기 비용을 건지게 되었다.
“농민들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었지만 전 하루하루 피를 말렸습니다. 특히 경기침체 여파로 양배추 소비가 25%나 줄었고, 기대했던 군납이나 다른 판로도 예상과 달라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신인준 조합장은 그 당시의 초조했던 마음을 이렇게 들려주었다.
제주도와 농협중앙회에서 양배추 소비촉진 운동을 해주어 양배추 소비를 도왔고, 마침 멜라닌 파동으로 중국양배추를 수입하던 일본이 한국으로 눈을 돌려서 일본수출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엔화까지 치솟아 일거양득이었다.

양배추의 효능을 다룬 언론보도도 양배추 소비에 한몫 했다. 게다가 양배추가 다 크기 전에 미리 수확해 저장한 ‘작은 양배추’ 전략도 맞아 떨어졌다. 아무래도 소비자로서는 양배추 크기가 작으면 하나 구입할 것을  두개 사야 하니까.
“지난 2월까지만 해도 50억 적자를 예상했고, 그때는 정말 피가 말랐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신 조합장은 그저 농민들 시름을 덜어 줄 일념하나로 시작된 양배추 매취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신조합장의 지위를 건 모험이 없었으면 시작할수 없는 일이었고, 결국 한림농협은 매취사업으로 농가 지지소득 109억원, 도매가격 지지효과  201억 등의 효과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8억1천500억으로 전국적인 농작물 매취사업의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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