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보경의 요리명가 제철&건강 레시피

칼슘·칼륨 등 무기질 풍부
흰색 띤 식재료 ‘폐’ 보호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한로(寒露)는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가을 곡식은 찬 이슬에 영근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이지요.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면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농촌에서는 추수를 끝내려 논과 밭에서는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한창 바쁜 시기입니다. 

산수유도 붉게 물들어가고 옛 문헌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서민들은 가을에 누렇게 살이 찌는 가을 고기 추어(鰍魚)를 푹 고아 탕으로 먹어 든든한 가을을 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한로에는 수확한 오곡백과가 넘쳐나는 시기이며, 몸을 보하는 건강한 식재료가 많이 있어 먹는 즐거움이 있지요. 그중에서도 가을이 되면 단맛이 깊어지는 가을 제철 보약인 ‘무’를 소개합니다.

무는 중국에서도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채소 중의 하나이며, 기원전(1122~599년) 고전인 ‘시경(詩經)’에도 ‘저(菹)’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고, 그 후 고려시대부터 무가 중요한 채소로 취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는 여섯 가지의 채소를 노래한 ‘가포육영(家圃六詠)’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를 이용한 음식을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무는 100g당 13㎉로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칼슘과 칼륨 등의 무기질도 풍부한 편이지요. 특히 무에는 비타민C의 함량이 풍부해 옛날에는 가을철에 수확한 무를 땅속에 저장해 추운 겨울에 비타민 영양 공급원으로 할용해 왔습니다. 또한 무에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있어 속이 더부룩하거나 불편할 때 무를 먹곤 했는데, 우리 조상들은 잘 숙성시킨 발효된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소화를 돕는다는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무는 한식의 기본 철학인 ‘음양오행’설에 의하면 흰색을 띤 식재료로 우리 신체기관 중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기침 가래, 기관지나 천식, 목 통증 등의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목이 건조한 환절기에 무즙을 우려내어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기관지의 점막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겨울철에 호흡기질환에 배나 도라지 등의 흰색을 지닌 식재료를 섭취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이렇게 건강과 영양에 좋은 무를 이용해 옛날부터 김치나 깍두기 등으로 많이 즐겨 먹었고, 무말랭이나 무의 줄기는 시래기로 이용해왔습니다. 국이나 찌개의 부재료로 사용했으며 볶아서 무나물로도 즐겨 먹지요.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을 보약으로 그 맛과 효능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가을철 새우를 곁들여 만드는 ‘새우 무조림’을 소개합니다. 

 

새우 무조림

▲재료 및 분량

-무 500g, 중하 6마리, 생표고버섯 3개, 대파 1대, 육수 3과1/2컵(멸치다시팩 1개, 생수 5컵)

-조림장: 맛간장 4큰술, 맛술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만드는 법

①무는 1.5㎝ 두께로 토막 내 2등분한다.

②냄비에 생수를 넣고 멸치다시팩과 무를 넣고 20분 끓여 육수를 만든 후 팩은 건진다.

③②의 냄비에 생표고, 대파를 넣고 조림장을 풀어 한소끔 끓인 후 센 불에서 무가 충분히 익도록 15분간 조린다.

④③에 새우를 넣고 10분간 조린다. 

⑤그릇에 무, 새우, 대파를 담고 조림 국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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