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문학박사

여성들이 담당한 일에 대해 

당연히 보수가 동등해야 한다.

동등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에 어긋나고

여성에 대한 예우가 

저급하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강국이라면 어떤 것보다 

성평등에 관심을 갖고 

여성의 임금차별을 개선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김신영 시인·문학박사
김신영 시인·문학박사

대한민국이 6대 강국이 됐다. 한국전쟁 후,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경제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역군이 여럿이 있겠으나 여기에 여성의 역할은 무엇보다 지대하다 할 것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신은 물론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한 역사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85개국 1만7천명이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 등을 종합평가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한국을 6위에 선정했다. 이어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이 ‘G10’에 선정됐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을 뛰어올라 일본과 프랑스를 제쳤다. 명목적 GDP(국내총생산) 순위로는 세계 10위인데 여러 요소를 포함해 6위에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평등지수는 양성평등의 지표인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에서 세계 146개국 중 105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는 전년보다 6계단이나 떨어진 수치다. 또한, 양성평등의 지표로 이용되는 젠더 격차지수는 한국은 가나와 부탄, 세네갈보다 더 순위가 낮아졌다. 이제 한국의 젠더격차지수는 성평등이 퇴보한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전 세계 10위권 안의 대국이면서 왜 성평등 지수는 100위권 밑으로 밀려나 하위국에 속해 있는 것일까?

두뇌연구학자들이 최근 밝혀낸 바에 의하면 사람의 두뇌에는 아교세포가 80~90%라고 한다. 이는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고 인지작용과 염증을 고치는 중요한 물질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이들의 존재를 그저 접착력이 있는 물질로 알았으나 이 세포는 대단히 중요한 활동을 해왔다. 즉, 치매를 예방하고 뇌를 청소하며 염증도 치료하는 역할이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그동안 이런 아교세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희생과 헌신을 쏟아 부었기에 이만큼 성장한 것이 아닌가 반문한다. 흔히 여성들이 하는 일은 허드렛일로 저평가됐다. 그에 따라 사회적 위치도 낮았다. 그러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여성들이 도맡아 왔던 허드렛일이라 하겠다.  

여성들이 담당한 일에 대해 당연히 보수가 동등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예우가 저급하다는 의미다. 따지고 보면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경력단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육아휴직을 했을 때에는 임금을 깎고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급과 승진이 있어야 한다. 동일 직종, 동일 가치 노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 남성의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은 69만원(2021년 소득 기준, 31.1% 격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성별 임금격차에서 한국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9%, 미국은 16.9%이니 아직도 한국은 갈 길이 멀다. 서로 협력하며 살아야 하는데 한쪽만 유난히 희생과 헌신이 뒤따른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며 자아성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본은 평등이다. 임금도 동등해야 하고, 역할도 동등해야 한다. 

경제강국이라면 이제 다른 어떤 것보다 성평등에 관심을 갖고 여성의 임금차별을 개선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예우는 낮은 임금수준과 똑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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