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관련법...시대변화상 제대로 못담아
농업인 기준 정량적 상향에는 찬반 엇갈려

1967년, 농업이 우리 국민경제의 기반이었던 시절에 농업경영 근대화와 농산물 생산·가격·유통구조 개선, 농가소득 증진, 농촌생활·문화수준 향상 등을 목적으로 ‘농업기본법’이 제정됐다. 이후 1999년 농업기본법이 폐지되고 21세기를 향한 새 농정방향과 이념을 담은 ‘농업·농촌기본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식품산업 등 농업 관련 산업 육성이 필요해짐에 따라 농업·농촌기본법을 전면 개정해 2007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기본법)으로 법률 명칭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농산업 외연 확대와 급격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제·개정을 통해 기본법이 업그레이드돼 왔지만 정작 이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정의는 그 변화상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령에는 농업의 범위를 ‘농작물재배업, 축산업, 임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농업인 기준은 ‘1천㎡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사람,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사람,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에 1년 이상 지속 고용된 사람’ 등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농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 같은 농업·농업인 정의는 개별 법령마다 내용이 달라 정책 수립과 시행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어업위)는 이 같은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농업과 농업인 정의를 재정립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 첫 일정으로 지난 15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농가와 농업인 구분이 불명확해 각종 정책·제도 운영에 혼란이 야기되고, 농업의 정의가 여전히 전통적인 생산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영농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생산방식을 정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농업인 자격과 관련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다. 기본법상 경지면적과 판매액, 영농 종사일수 등 농업인 인정요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이 요건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높여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예산이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농업인 기준 상향 시 농업인 수가 감소해 자칫 농업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청년농업인들의 농업 진입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기준 상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하튼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농업·농업인 개념을 재정립하자는 것이 대세인 만큼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먹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아직 우리 농업의 구조조정은 더딘 상황이다. 여전히 직업으로서의 농업과 삶터로서의 농촌은 매력이 부족하다.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농촌에서 논밭을 일구는 고령농들을 위한 제도는 농업보다 복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개정될 기본법이 농촌주민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부디 농업인들이 농사짓고 농촌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이란 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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