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공청회서 찬반 팽팽히 맞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큰 가운데,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21대 국회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큰 가운데,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잇따른 시장개방과 인구 고령화, 식량 위기 등 급변하는 농정환경에 대응하고 농어업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농정대의기구 농어업회의소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시범사업으로 27곳(광역 1·시군 27)이 운영 중이고, 18곳이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법률 근거 없이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면서 여러 제약이 따르자 법제화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는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논의된 농업계 숙원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대선공약으로 주목받았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까지 시범사업으로 이어져 왔다. 5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농어업회의소는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범사업으로 명맥을 유지해왔고, 법제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제화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찬성측은 충분히 논의가 이뤄진 만큼, 21대 국회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체 농어업계를 대변할 대표성이 부족하고, 정치성 편향성, 농민단체의 관변화와 기능 중복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섰다.

이날 공청회에는 찬성측 진술인으로 김대헌 농어업회의소전국회의 사무총장(평창군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과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이, 반대측은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와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이 각각 배석했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입법까지 발의해놓고” 반대로 선회한 농식품부
찬성측 “농정대의기구로 순기능 커…21대 국회서 매듭져야”
반대측 “대표성 부족·관변단체 전락·정치적 편향 우려”

법제화 여건 충분하다
김대헌 농어업회의소전국회의 사무총장은 농어업회의소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확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농산어촌 123개 시군의 37%(설립 준비까지 포함)까지 확대돼 법제화 여건이 성숙했다”면서 “14년 동안 대부분 농어민단체와 농협이 참여함으로써 농정 파트너십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2012년 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한 평창을 예로 들어 1174건 의견수렴과 422건 농정협의회 제안으로 최종정책에 149건을 반영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월 3천~5천원 회비 납부 원칙을 세워 최소한 자립기반을 확보해 관변단체라는 우려를 불식했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법제화로 경비지원과 인력양성을 위해 정부 예산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총장은 “체계적인 사업집행에 실무인력을 확보해야 농어업인들이 원하는 많은 사업을 추진해 갈 수 있다”면서 “농업 대표 대의기구로 자리 잡으면 개별적인 단체들이 이슈 중심으로 대응의 한계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추진해 자치농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사례는 우리 실정에 안 맞아”
농어업회의소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사례와 우리 실정은 달라 맞지 않는 제도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정책 형성기능을 수행하게 된 유럽과 달리 우리는 아무 경험이 없는 농어업회의소가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정책 참여를 하도록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법적 권한이 부여된다고 농정 추진기능을 갑자기 수행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단체들의 활동을 오히려 제약하고 농정관련 논의를 농어업회의소가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농민과 농민단체 간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는 ‘지역농업협의회’ 또는 지금의 농업인단체협회를 강화하는 것이 더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논의 초기엔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대표성 부족과 현재 운영되는 농업인단체와 역할 중복으로 옥상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법안은 농어업인 5~10% 이상 또는 500~1천명 이상 동의로 기초회의소 설립이 가능한데 이 정도로는 대표성이 부족하다”면서 “시범운영되는 기초회의소 회원은 평균 862명으로 전체 농어업인 대비 12%대에 머물고 있어 일부 중심으로 협치를 어렵게 해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안에 농어업회의소 업무는 정책과정 참여, 정책자문과 건의, 정보·자료 수집과 제공 등이 있는데 단체들이 하고 있는 역할과 상충된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김대헌 사무총장은 “농어업회의소는 또 다른 농민단체가 아니라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정첵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법률에 명시된 공적기구가 되면 관변단체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승호 회장의 반대 이면에는 농축산연합회에서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를 포함한 6개 단체가 별도로 종합농업인단체협의회로 빠져나가며 24개 단체만 남게 돼 조직세가 한층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반대로 입장 선회
21대 국회에서는 농어업회의소 법안 발의가 여당에선 홍문표 의원, 야당은 신정훈·위성곤(농어업회의소법·농림어업회의소법)·이개호·안호영 의원 등 6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정부입법을 발의한 상태다.

홍문표 의원은 반대측이 펼친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농어업회의소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홍 의원은 “산업계에 상공회의소가 있어 정부와 민간이 발맞춰 가고 있지만 농업분야는 민간기구가 없어 절름발이 신세”라면서 “정부입장만 대변해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대표성을 갖춘 농어업회의소가 있어야 제대로 권익을 보호하고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어 새로운 조직이 탄생되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신정훈 의원은 “품목별 축종별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와의 교섭력이 가장 약한 것이 농민단체”라면서 “처음 논의된 김대중 정부에 법제화가 이뤄졌다면 농업과 농촌은 훨씬 좋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상만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어업회의소법에 반대입장을 밝혀 의외였다. 2021년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입법으로 발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관계기관 의견조회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까지 마친 후 8월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법제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농어민의 대의기구로서 위상이 정립될 것이라며 국회 통과를 위해 농어민과 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올해 7월까지 12차례 공모사업도 진행하고 있는 농식품부가 정부가 바뀌면서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이상만 국장은 일부 단체만 찬반입장을 밝히고 있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국장은 “공청회를 앞두고 지난주 유선을 통해 의견을 물은 결과 18개 단체가 회신했다”면서 “전농과 낙농육우협회는 반대, 농촌지도자회와 가톨릭농민회는 찬성했지만, 80%가 넘는 14개 단체가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진 않았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법제화가 국정과제라 농식품부가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대등한 관계의 농어업회의소가 부담스러운 게 속내였다”면서 “지금처럼 활성화된 일부 지자체에서만 운영되는 현재 시스템이 지속되는 것이 농식품부는 (정책 추진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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