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농이 뛴다 – 경기 화성 ‘트로피칼베이’ 홍성빈·하빈 남매

최근 농촌여성들의 현지연찬교육 인기 주제는 ‘아열대작물’ ‘치유농업’ 등이다. 경기 화성 팔탄면에 자리한 트로피칼베이는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체험형 농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시설하우스에는 거대한 야자수와 바나나, 파파야 등이 밀림을 이뤄 이국적 분위기를 선사했다. ‘밥상농사’가 아닌 1만2200㎡(3700평) 규모의 아열대작물을 재배해 신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홍성빈·하빈 남매의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홍성빈·하빈 남매는 아열대작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열대수목원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농촌체험학습을 연계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홍성빈·하빈 남매는 아열대작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열대수목원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농촌체험학습을 연계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

외국인 집중거주지역 화성서 아열대재배 승부수
열대작물 체험장 인기…융복합산업으로 경쟁력

재배방법 어렵지 않아
“서울 태생이라 농대가 있는지도 몰랐죠. 이제는 ‘더 이른 나이에 귀농할 걸’하고 후회할 만큼 하고픈 일 많고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요.”

부친의 권유로 홍성빈(36)·하빈(27) 남매는 지난 2020년 서울에서 경기 화성으로 귀농하고, 이듬해 트로피칼베이의 문을 열었다.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은 남매의 앞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귀농한 지 얼마 안 돼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홍성빈 대표는 필리핀에서 6년 거주한 경험을 토대로 아열대작물 종자 수입처를 확보했고, 농지 구매, 시설하우스에 초기 자본 10억원을 투자했다.

농장에는 파파야가 많았고, 바나나, 구아바, 잭프루트, 그라비올라, 오크라, 루꼴라 등 생소한 이름의 아열대작물이 다수 재배되고 있다. 각각의 안내판도 눈높이에 맞춰 작물 앞에 설치돼 있어 호기심을 바로 해소할 수 있었다.

“아열대작물을 선택했을 뿐 시설하우스에 난방, 온·습도 조절하는 등 농사짓는 방식은 같습니다. 파파야는 병충해가 없어 농약도 필요 없어요. 그런데도 농업인들은 판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중적인 농산물만 재배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요. 농업인들이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을 해보길 바라요.”

아열대작물 신시장 개척
신품종이든 아열대 작물이든 관건은 판로 확보와 소비 진작이다. 기능성 작물이 개발돼도 판매 부진의 어려움이 있으면 농업에 정진할 수 없을 터.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에만 71만4497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인데, 시·군으로는 안산, 수원, 시흥, 화성 순으로 외국인이 밀집해 있다.

파파야는 동남아 외국인들에게 김치와 같은 존재다. 생채, 무침 등으로 밑반찬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트로피칼베이의 거래처는 채소가게나 동남아음식점을 운영하는 외국인사업자들. 홍 대표는 전량 직거래한다고 전했다.

“외국인은 아열대작물 소비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전체 소득의 5% 정도예요. 농촌융복합산업으로 사업을 넓혀 특색 있는 아열대작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트로피카베이는 연 6만여명이 방문한다. 입장료 없이 매일 수목원을 연중 개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어린이집 측에서 문의전화가 줄 잇는다고.

선도농가로 노하우 전해
“내년에 시설하우스 2640㎡(800평)를 추가 설치합니다. 기존 시설에서는 파파야를 익을 때까지 재배해 수확체험으로 체험학습의 질을 높이고, 백화점 선물세트로도 납품하려고요. 새로운 농지에서는 도매가에 납품할 파파야를 생산할 계획이에요.”

애로점도 산재해 있다. 지역에서 외국인농업인이 파파야 재배에 뛰어든다는 것. 이들은 파파야를 헐값에 판매해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화성지역 농업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외국인농업인 몇몇이 파파야를 1kg 3500원이라는 비상식적인 값으로 판매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온을 하지 않고 엉터리로 재배해 상품성이 현저히 낮아요. 다시금 거래처를 관리하면서 전문농업인으로서 뚝심을 지키자고 다짐했죠.”

홍성빈 대표는 화성시4-H연합회에서 활동하며 후배 농업인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하는 등 안팎으로 활동한다. 강원 양양, 인천 강화 등에서 아열대작물에 관심 갖는 예비농업인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도시에서 간호사였던 홍하빈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창업농지원사업에 선정돼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농촌체험학습 일정과 교부금 등을 관리하며 업무를 분담했다.

주변인들은 귀농 3년차에 홍남매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한다.

“농장 주변은 교통량이 많아 출·퇴근시간에 혼잡한데, 제 자가용은 출퇴근 시간 모두 꼼짝도 않고 농장에 주차돼 있어요. 그만큼 농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죠. 해야 할 일 많지만,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실행해보는 연구기지이기도 합니다.”

‘아열대작물, 흔치 않아서 더욱 가치 있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신념은 홍남매가 농업을 이어가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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