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1세대 반려동물 훈련사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

SBS 동물농장에서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고쳐주는 ‘개과천선’ 코너에 9년간 출연하며 반려인이라면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웅종 교수의 별칭은 ‘원조 개통령’이다. 대한민국 반려동물 1호 명인이기도 한 그는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에 반려동물과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1세대 반려동물 훈련사인 그의 조언은 무엇일까.

이웅종 교수는 1세대 반려동물 훈련사로 성숙한 반려문화를 위해 펫티켓을 강조한다.
이웅종 교수는 1세대 반려동물 훈련사로 성숙한 반려문화를 위해 펫티켓을 강조한다.

SBS 동물농장 개과천선 9년 출연한 ‘원조 개통령’
내년 도입 국가자격증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설계 참여
“반려문화는 여전히 후진국…반려견 넘어 시민견으로”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반려견과의 인연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훈련사가 돼야겠다는 결심한 건 군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중, 우연히 선임이 군견을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훈련사라는 매력에 푹 빠졌다.

“선임이 군견을 훈련하는 모습에 완전 홀딱 반했죠. 1991년 제대 후 수원에 있던 개 훈련소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했죠. 벌써 그 세월이 30년이 넘었네요.”

훈련사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던 와중에 SBS 동물농장의 개과천선 프로그램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9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다양한 문제견들을 만났다. 그렇게 말썽을 부리던 문제견도 그의 말 한 마디 손짓 한 번이면 단번에 고쳐졌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초창기 KBS 1박2일에 출연했던 ‘상근이’다. 그가 키우던 상근이(원래 이름은 허비)는 개그맨 지상렬과 함께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며 순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스타견으로 부상했다.

“그전에는 덩치가 큰 개를 무서워했는데 상근이가 유명해지면서 그런 인식을 싹 바꿔놨어요. 실내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분들이 많아졌고, 반려견과 여행을 가는 일도 늘어났죠. 그때 상근이 몸값이 웬만한 연예인 저리가라였죠. 따로 매니저를 둘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어요.”

반려동물산업 후진 양성
TV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 교수는 2007년부터 연암대학교에서 반려동물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암대학교는 반려동물 분야의 서울대학교라고 자부합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교수진들이 있어서 입학 경쟁률이 치열해요. 반려동물 관련학과를 가진 대학이 4년제 대학 수의대학을 포함해 65개 정도 되는데 우리 대학의 교육과정과 시설들을 많이 벤치마킹하죠.”

그의 설명대로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은 국내 최초로 국제대회 규격을 갖춘 실내 훈련센터와 국내 최고 수준의 야외훈련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 재활치료센터 건립도 앞두고 있다. 현재 동물보건학과와 반려동물학과로 구성돼 실무형 반려동물 토탈펫케어(Total Pet Care)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학의 인기비결로 반려인이 크게 늘면서 관련 일자리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봤다.

“반려동물 산업은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많습니다. 대학 좋업 후 진로만 20가지가 넘어요.”

내년 국가자격증으로 도입되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도 큰 호재다. 민간에 비슷한 자격증이 다수 있지만 주관하는 협회마다 기준이 달라 일원화된 국가자격증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이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생명을 존중하고 가족과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자격증 도입으로 그런 환경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웅종 교수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수원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웅종 교수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수원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한국형 ‘펫티켓’ 필요
이 교수는 교육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고등학교가 점차 늘고 있는데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대부분이 계약직이나 기간제로 채워지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시스템으론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체육교사처럼 반려동물 분야도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정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달 14일 정황근 장관이 주재한 반려동물 연관산업 기업간담회에서 이 내용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담당부서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6조원에 달할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반려문화는 뒤처져 있다고 이 교수는 판단한다. 정부가 세계시장 진출에 유리한 신산업으로 반려동물 연관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 교수는 성숙한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 현실에 맞는 펫티켓을 제안했다.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두 가지가 차이 나죠. 우리는 야외공간이 충분한 주택보다 아파트 실내에서 많이 키우죠. 그래서 층간소음이나 야외산책, 배변을 둘러싼 분쟁이 많습니다. 다음으로 선진국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교육을 반드시 받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키울 수 있는 나라도 있을 정돈데, ‘자격이 안 되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훈련센터를 찾아 교육을 받습니다.”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소신은 KCMC 문화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Korea Canine with Mannered Citizen’의 약자인 KCMC는 ‘한국의 매너 있는 시민견’이란 뜻이다. 반려동물 교육인증제 도입을 위한 목적으로 KCMC 문화원을 만들었다는 이 교수는 아파트 등 실내공간에 적합한 행동법 등 이른바 한국형 펫티켓의 필요성을 인터뷰 내내 역설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반려동물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스트레스가 많아져 짖거나 무는 등의 공격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건강에도 안 좋아요. 비반려인을 배려하기 위해 물림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