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여성농업인의 버팀목 됐던 

성과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먼저 준비함으로써 

여성농업인과 함께 위기의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한 

대응에도 힘써달라.

더 많은 도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대안적 산업이자 

치유의 공간인 농업․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

박민선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

농촌여성신문의 창간 1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직업집단을 위한 전문신문으로서는 농촌여성신문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여성농업인 연구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여성농업인의 동반자로서 그들의 권익과 지위 향상을 꾀하고 행복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굳건히 소임을 다해 온 농촌여성신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성농업인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먹거리를 생산해주는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여성농업인이 자신들의 전문신문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그들의 권익을 대변해 주고 농업과 생활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거기다 농촌사회 곳곳에서 지역의 선도적 리더로 실력을 갖춘 여성농업인들의 성취와 스토리를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자긍심을 북돋아 주고 삶의 새로운 꿈을 꾸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농업인에게는 크나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농촌여성신문은 설립 당시 21세기의 개방화·세계화시대를 맞아 농촌여성들의 사명, 역할, 권익증진이 시급하다는 인식 하에 창간을 하게 됐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농촌여성들의 전문신문이 탄생했다는 것은 그들이 농업생산과 농촌사회의 발전의 주역임을 인정하는 일이었으며, 농촌여성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었다고 그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여했다. 

그때의 예고는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17년 동안 농업생산에서 여성농업인의 비중은 더욱 커져갔으며, 지역경제의 발전과 농촌 지역사회 활성화에 여성들이 능동적 주체로서 참여하는 사례들이 크게 늘어났다. 동시에 독립 혹은 공동경영주로서의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았고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농업인 수당과 같은 정책사업의 독자적 수혜자로 인식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에도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년 동안 이러한 긍정적 변화와 함께 여성농업인의 삶의 근간을 위협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도 동시에 진행됐다. 우리의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그것이 여성농업인의 삶에도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위험이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농촌은 지역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인구학적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 사회, 나아가 전 인류가 절박한 심정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 상황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농업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이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한 위기다. 

또한 신냉전이라고도 불리는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세계 각국이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지금, 18.5%라는 알량한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가진 우리의 처지를 돌아볼 때 시급히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17년 전 세계화, 개방화시대를 맞이해 여성농업인의 사명과 역할에 주목했던 농촌여성신문은 이제 곧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될 터이다. 그동안 여성농업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위해 먼저 준비함으로써 여성농업인과 함께 위기의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한 대응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더 많은 도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대안적 산업이자 치유의 공간인 농업과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앞장서서 노력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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