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여농이 뛴다 - 충북 제천 전은지씨

3년 전 연고도 없는 충북 제천 백운면에 귀농해 신접살이를 시작한 전은지(30)씨. 젊은 나이에 귀농한 전씨를 주민들은 기특한 청년으로 여긴다. 이는 ‘늘 넉넉한 백운사람들’이란 슬로건이 충북 제천 백운면행정복지센터에 걸린 현판보다 눈길을 끄는 까닭이기도 하다.

충북 제천 백운면에 연고 없이 귀농한 전은지씨는 마을주민들의 살뜰한 도움으로 콩 재배를 안정적으로 해나가는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충북 제천 백운면에 연고 없이 귀농한 전은지씨는 마을주민들의 살뜰한 도움으로 콩 재배를 안정적으로 해나가는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연고 없는 농촌마을서 콩 심은 서른 살 새댁
“생활개선회 인연 이어져 농사 규모 늘렸다”

귀농한 첫해 농사 뛰어들어
충남 천안에서 나고 자란 전씨는 주말농장을 취미로 가꾸던 시어머니의 권유로 농업·농촌에서의 미래를 꿈꿨다.

“여성복 브랜드 ‘김창숙 부띠끄’ 임원인 어머님이 농촌지역 지점을 관리하면서 함께 농사를 짓자고 제안했는데 솔깃했어요.”

전씨는 매장이 있는 제천과 충주 중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제천 백운면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편은 전원생활을 꿈꿨고 저도 직장생활에 지쳤던 터라 농사에 의욕이 샘솟았어요.”

시어머니 도움으로 농지 990㎡(300평)를 마련했고, 남편은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창업농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째 지원을 받는 중이다. 농업기술센터 방문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농사기술 대부분은 유튜브와 인터넷 등으로 접했다.

“직장인일 때는 매달 월급이 나왔지만 농업은 한 철 농사가 1년 소득을 좌우하잖아요. ‘농업’의 ‘농’자도 몰랐는데 땅을 놀릴 수 없었어요. 귀농 첫해 4개월 동안 작물을 알아보고 6월에 콩을 심었어요.”

주민 도움으로 영농기술 터득
농업 걸음마를 뗀 부부에게 힘을 실어준 건 백운면 주민들이다.

“마을 골목길을 다니면서 주민들을 알아갔어요. 처음 만난 주민이 임현옥 전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님 남편분이었죠. 자연스레 생활개선회에 가입하고, 토박이 주민을 많이 알게 됐어요.”

주민들은 전씨에게 관심 갖고 정착을 도왔다. 첫해는 토질이 좋아 농사가 가장 잘될 거라며 부부에게 자신감을 더해줬다. 콩 순치기작업 시기를 조언하고 농약 방제법도 알려줬다.

“천등산에서 장류사업하는 김영자 대표님이 땅을 내놓았는데 판매될 때까지 공짜로 쓰라면서 도와줬어요. 토박이 김재인 아저씨는 농지를 알선해줘 연 20만원에 임차하고 농사 규모를 불릴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임차한 농지만 4958㎡(1500평)라는 전씨. 서리태와 콩나물콩을 재배하는데, 노지뿐 아니라 논에서도 콩을 재배하다가 습해를 입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다. 부부는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통해 농기계 운전을 경험하고, 대출을 받아 트랙터를 장만했다. 콩파종기, 관리기, 두둑 조성기 등을 구비하면서 점차 농작업이 수월해졌다.

특히 서울 가락시장에서 단가가 높은 서리태 재배에 주력하면서, 콩나물콩작목반에도 가입해 농협을 통해 풀무원에 콩나물콩을 납품하고 있다.

전은지씨는 농산물 직거래를 고수한다. 지난해 직접 수확한 콩 1톤을 제천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했다. 올해 수확량은 2배 이상을 예상하며 로컬푸드매장은 물론 중고거래 앱 ‘당근’에서도 활발히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협 공판장에서는 1kg 3천~4천원에 불과한데, 직거래하면 1kg에 1만원 받으니까 직거래가 돈이 된다고 봐요. 앞으로 콩을 가공해 미숫가루도 판매하고 싶어요.”

지역서 최연소 농촌여성
도시지역에서 살다온 청춘이 느끼기에 농촌정서는 또 다른 세상이라고 털어놓은 전씨.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원사업 신청서를 작성할 때도 한 사람의 이름만 적을 수 있어 남편 이름을 적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일상 이야기를 나눌 때 어르신들이 저를 안 보고 남편에게만 말을 걸어 서운하기도 해요. 농촌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의견을 더 듣고 더 존중하는 것 같아요.”

전은지씨는 한국생활개선제천시연합회에서 최연소 회원으로 꼽힌다. 교육과 봉사에 많이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연초에 회원들과 퀼트공예를 함께했어요. 세대차이도 있고 해서 천천히 알아가려고 합니다. 먼저 말 걸고 다가갈 테니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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