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계산대 앞에 줄을 서면 꼭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정체구간에서 하필 내 차선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가는 날이 장날’란 말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하는 현상을 흔히 머피의 법칙이라 한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이 하필이면 최악의 순간에 터진다는 일종의 경험법칙인 셈이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과학작가인 로버트 메튜스 교수가 머피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풀어놓아 흥미롭다. 만약 슈퍼마켓 12개 계산대 중 내가 선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은 12분의 1이며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은 12분의 11이다. 아주 운이 좋지 않다면 어떤 줄을 선택하든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든다. 재수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1949년 미국 공군 머피 대위의 비행기 안전기록에 대한 실험과정에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미리 확인하고 예방했기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1:29:300법칙)’에 의하면 어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긴급하고 중요하고 복잡한 일일수록 잘못될까 긴장하고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터지게 마련’이라는 머피의 법칙을 이해한다면 화재나 수해 등 다양한 재난을 마주할 때 개인이나 사회, 국가가 주변에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샅샅이 찾아내고 이상 징후를 찾아 원천봉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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