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여성의원 비율 19%…세계 121위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 11.5% 현저히 낮아
​​​​​​​‘100분의 30’ 여성추천 권고규정 유명무실

제22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 여성정치인은 “정당 소속 없이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한국에서 당을 빼고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정당 공천을 받아야만 그나마 당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는 정당 차원에서 조직 기반을 배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예비 여성정치인은 “공직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해야 한다는 앞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공천 앞에서는 무색해진다”면서 “각 정당이 진지하게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예비 여성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 국회의원은 남성 의원과 마찬가지로 헌법이 보장하는 특권을 갖는다. 법안을 발의, 표결, 의결하고,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예산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이들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감시 기구로서도 활동한다. 

더불어 주요 공천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절반은 여성의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여성의 비율은 50.1%, 남성의 비율은 49.9%로 1대 1에 가깝지만, 제21대 국회 여성의원의 비율은 19.1%로 남성의원 5~6명당 여성의원은 1명인 수준이다.

22대 총선 앞두고 여성 대표성 확대방안 고심

예비 여성정치인들 “동등한 참여 보장” 촉구

사정 비슷한 스페인 ‘동등 대표성 법안’ 추진

 

한국여성의정은 지난 5월2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남녀동수의 날 선포식’을 개최했다. 5월25일은 ‘남녀동등 5=5’를 상징한다.
한국여성의정은 지난 5월2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남녀동수의 날 선포식’을 개최했다. 5월25일은 ‘남녀동등 5=5’를 상징한다.

OECD, 콜롬비아 등 4개국만 
한국보다 여성의원 비율 낮아

국제의회연맹(IPU) 조사 결과, 한국 여성의원 비율(19.1%)은 세계 121위로 하위권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8%)에 미치지 못하고, 프랑스(37.8%·36위), 독일(35.1%·45위), 미국(28.6%·71위) 등 주요 선진국에 뒤진다. OECD 38국 중 한국보다 여성의원 비율이 낮은 국가는 지난해 기준 콜롬비아(19%), 튀르키예(17%), 헝가리(17%), 일본(10%) 등 4개국뿐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은 국회 300석 가운데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직전 20대 국회 17%에서 19.1%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특히 지역구 의원에서 현저히 낮다.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은 11.5%다. 이는 역대 선거를 거치며 꾸준히 증가해 2004년 4.1% 대비 2.8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인구 대비 여성 대표성을 따질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현행 여성 할당 50%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여성의원 비율은 2004년 총선부터 꾸준히 50%대를 달성하며 2020년 총선에서는 59.6%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 결과, 17~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여성의원 중 민주당 계열 70.6%, 국민의힘 계열 87.2%는 초선에 정치 경력이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치 분야 성별 불평등을 해결하고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해 국회에서는 앞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녀동수 공천을 위한 입법과 정당의 책무를 규정하고, 매년 5월25일을 남녀동수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을 포함하는 주를 남녀동수주간으로 기념하는 ‘정치 분야 남녀동등 참여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한 전·현직 여성의원 단체인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이혜훈) 역시 22대 남녀동수 보장규정을 도입하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행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만으로는 성별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현행 공직선거법은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규정을 두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국 지역구 총수가 아닌 지역구에 공천하는 후보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경제적 권력의 절반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

홍미영 한국여성의정 사무총장은 “‘남녀동수’는 모든 영역에서 더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평등한 대의제를 실현해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는 디딤돌이며, 거역할 수 없는 세계사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IPU는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의회진출을 선언했고, 유엔 여성기구(UN Women)도 2030년까지 남녀의 지위가 50대 50으로 동등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는 126개 국가들 중에서 32개 국가가 헌법이나 정치관계법에 동수할당이나 성별 평등을 위한 여성 할당제의 근거를 두고 있는데 여기에 스페인이 곧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평등을 실현한 스칸디나비아반도가 아닌 스페인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는 데 있다”면서 “올해 3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회구성원의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에 정치·경제적 권력의 절반은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동등 대표성 법안의 제정을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홍 사무총장은 스페인의 동등 대표성 법안에 대해 선거 남녀동수공천에 더해 내각구성이나 상장기업 경영진, 각종 협의회 이사회 등의 40% 이상 여성 임명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국회의원의 낮은 비율은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한다. 이 밖에 다양한 여성 관련 통계들이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낮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여성 경제적 지위 면에서도 모두 하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최고관리직 여성 비율은 2020년 기준 8.5%로 이 비율이 집계된 OECD 33개국 중 32번째로 하위권이었다. 

2021년 기준 OECD가 발표한 한국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남성의 근로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의 근로소득은 68.9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회원국 중 27년째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근로소득 차이는 연평균 약 2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여성의 근로소득은 남성의 60% 수준에 그쳤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