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이 뛴다 – 충남 서산 그림농원 유경숙 대표

충남 서산 인지면 그림농원에 들어서자 활짝 핀 수국, 작약, 수선화가 주인보다 먼저 마중 나와 반긴다.

“마을 어귀를 지나던 이웃이 철마다 꽃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음료수를 주고 간 적도 있어요. 농촌살이의 재미죠.”

4300㎡(1300평) 농지에서 시설하우스 3동을 짓고 긴기아난을 재배하는 유경숙(한국생활개선서산시연합회 회원) 그림농원 대표. 긴기아난과 함께 군자란을 1983㎡(600평) 규모로 재배한 경험도 있다. 그는 1987년부터 남편과 함께 화훼재배 외길을 걷고 있다.

유경숙 그림농원 대표는 긴기아난을 대량 생산하며 화훼재배 외길을 걷고 있다.
유경숙 그림농원 대표는 긴기아난을 대량 생산하며 화훼재배 외길을 걷고 있다.

강한 번식력과 매력적인 꽃향이 경쟁력
김영란법·코로나19로 인해 고비 겪기도

긴기아난 재배에 올인
“1987년 무렵 도시에서 화분 유통을 했던 귀농인이 주민들에게 난을 재배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12농가가 난을 생산해 납품했죠. 이제는 우리 그림농원만 남았네요.”

긴기아난은 꽃이 ‘천리향보다 더 그윽해 매력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생명력도 강해 다른 서양난에 비해 재배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번식력이 좋아서 모식물에서 곁눈을 쪼개 심으면 50~60%는 자체생산이 가능하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긴기아난 버드로즈의 개화 모습. 가정에서 긴기아난을 여러 개 키우면 진한 꽃향을 내뿜어 마니아층이 두텁다.
긴기아난 버드로즈의 개화 모습. 가정에서 긴기아난을 여러 개 키우면 진한 꽃향을 내뿜어 마니아층이 두텁다.

그래도 상품성을 높이려면 꼬박 4~5년 정성을 들여야 줄기가 튼튼한 긴기아난을 생산할 수 있다. 하우스 3동에는 크기별로 재배공간을 나눈 긴기아난이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그림농원에서는 90% 이상을 경매로 출하한다. 납품 기간이 2개월 내외로 짧다보니 온라인을 통한 소포장 판매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그는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과 경기 고양, 충북 음성, 광주, 부산 등 5곳에 납품한다.

“가정의 달에 꽃 소비가 집중돼 긴기아난도 5~6월에 판매가 활발해야 해요. 긴기아난은 개화시기인 가을·겨울에 마니아층이 관심을 보여요. 또 기관의 인사이동 시기에 주문량이 많아요.”

급격한 변화에 화훼농가 ‘휘청’
유 대표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여파로 고비를 겪었다. 주변 화훼농가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줄폐업 하는 상황도 있었다. 이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쳐 농사를 접는 방향을 고민하는 나날도 있었다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힘들었어도 간신히 유지는 됐어요. 힘든 일을 자처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했거든요. 코로나19가 닥친 2년 전부터는 앞이 깜깜했죠.”

유 대표의 삼남매는 선뜻 ‘부모의 농사를 잇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는데, 화훼 농사일이 힘든 까닭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산시에서 보온커튼을 보조해주긴 하지만, 지원사업이 개인보다는 법인 화훼농가를 위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어, 자연재해 입었을 때 보상금을 받아본 것이 전부였다고 토로했다.

“이웃한 태안군에서는 세계튤립꽃박람회를 개최해 화훼농가와 상생하고 있어 부럽죠. 우리지역은 서산국화축제가 있어도 화훼 소비가 중심은 아니라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긴기아난의 생명력처럼…
어려운 가운데서도 유경숙 대표는 훌훌 털고 일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선물용 긴기아난을 주변 지인에게 나눠 홍보요원이 됐다.

“꽃이 폈다며 인증사진을 보내오는 주민들의 연락을 받으면 기운이 불끈 솟아요.”

마을에 긴기아난을 재배하고 있는 마지막 남은 화훼농가로서, 긴기아난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농업인의 뚝심을 지키기로 다짐한 것.

“하우스에 투자한 시설이 아까운 마음이 들어 쉽게 손을 못 놔요. 자동개폐, 온풍기, 물도 자동화돼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개인고객에게도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고, 농업 말고도 화원을 운영하는 방법 등 다각도로 판로를 찾고 소득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유경숙 대표는 농번기 꽃순 제거 작업에 자신의 일처럼 나서주는 주민들을 떠올리며 긴기아난의 재도약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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