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불안감 떨치고 내친김에 보디빌더 도전
머슬마니아 시니어 아시아선수권 그랑프리 3관왕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장 맡아 관람객 10배 늘려 

■만나봅시다- ‘답십리의 기적’ 일군 배우 최완정

배우 최완정은 젊은 시절 ‘귀뚜라미 보일러’ 등 다수의 TV광고로 얼굴을 알린 뒤 드라마 ‘여인천하’ ‘왕과 나’ ‘산너머 남촌에는2’ 등 다양한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지난 2015년에는 ‘핑계 대지마’라는 앨범을 내고 가수로 활동했다. 
한동안 안방극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는 지난 2019년 보디빌더로 변신, 그해 상반기에 출전한 3개의 피트니스 대회에서 모두 입상하며 ‘50대 여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빨아 쓰는 마스크 ‘보나페리치타’를 이끄는 사업가이자 대한계단오르기걷기협회장,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장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배우 최완정을 만났다.

배우 최완정은 ‘이까짓 계단도 못 오르면서 내가 무슨 자식을 키울 것이며, 배우로서 대중 앞에 어떻게 나설 수 있단 말인가’란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배우 최완정은 ‘이까짓 계단도 못 오르면서 내가 무슨 자식을 키울 것이며, 배우로서 대중 앞에 어떻게 나설 수 있단 말인가’란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환각 증세에 전신 번쩍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머슬 앤 모델 아시아 챔피언십’ 시니어 부문에 참가해 비키니, 바싱슈트, 런웨이 모델 등 그랑프리 3관왕을 차지하기까지 배우 최완정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1년에 4편씩 드라마에 출연할 정도로 방송가에서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침체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2018년 하반기 드라마 출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삐걱할 수도 있는데,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잠을 못 잤어요. 방송국 주변은 갑과 을이 명백하거든요. 프로듀서(PD)나 작가가 선택을 한다면 배우나 탤런트는 선택을 받는 쪽이죠. 그래서 피디, 작가뿐만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에게 언제나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우울증으로 무기력증까지 나타나면서 살도 많이 쪘다. 체중이 10㎏나 불었다. ‘연예인이 관리를 못한다’는 따가운 시선에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당시 고층아파트에 살았는데, 베란다에 빨래를 널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고, 그가 떨어져 있는 모습도 봤다. 심지어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각 증세가 나타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쉰을 막 지난 때였다. 스치고 지나간 기억이 오래전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봤던 계단을 오르는 어느 승려의 모습이었다. 그 승려는 ‘이까짓 계단도 못 오르면서 내가 무슨 중생을 구할 수 있고, 해탈을 할 수 있을까’라며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전부터 곧잘 걸었어요. 정처 없이 걷다가 ‘맛집’도 가보곤 했거든요. 한번 계단을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50대에 ‘머슬퀸’ 등극
처음 아파트 계단 20층을 오르는 데 40분이 걸렸다. 3~4층마다 멈춰 몰아쉬는데, 날숨에 욕도 함께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니 20층이 40층이 되고, 60층이 됐다. 며칠 새 100층을 오르는 데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이만큼, 여기까지 올라온 게 어딘가 생각하니 아직까지 건강하다는 것도 감사하고요, 잠이 오더라고요. 살 것 같았어요.”

자신감도 붙었다. 살이 빠지면서 몸에 라인이 다시 드러나고, 다리도 튼튼해졌다. 어느 순간 화가 누그러졌다. 마음이 정리되니 머리도 맑아졌다. 변화는 주변에서 먼저 알아봤다. 누군가 보디빌더에 도전하라는 제안을 했다. 자신감 때문인지 ‘피지컬 피트니스 대회’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는 “베이징대회에서 그랑프리 3관왕을 하며 이제 됐다,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행사도 많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가 창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슬프지 않았어요. 그게 힘이죠. 운동의 힘, 긍정의 에너지입니다. 마스크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이 처음이고 소량이어서 재봉부터 막혔지만, 계속 찾아다니며 청소도 해주고 친하게 지내면서 결국 해냈습니다.”

“내가 하면 잘하겠다”
‘어려운 때 연예인이 돈을 번다’는 주변의 시선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마침 서울시한부모가족복지시설협회와 연결이 돼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부도 해봤다. 사단법인 대한계단오르기걷기협회도 만들었다. 그동안 군부대, 병원,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계단오르기걷기대회도 열었다. 그와 함께 계단오르기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이 1천명이나 된다.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장을 맡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연은 아니다. 2012년에 동대문구에 이사를 온 뒤 지난해 지나가다 처음으로 이곳을 들른 적이 있었다. 1960년대 한국영화 촬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답십리종합영화촬영소 자리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3300㎡(1천평) 규모의 스튜디오와 공연장, 박물관, 편집실, 영화관 등을 갖춘 곳이지만 찾는 이들이 없었다. 

“내가 맡아서 하면 잘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공모 지원 준비를 했습니다.”

센터장을 맡은 지 5개월, 이곳을 방문하는 발걸음이 10배나 늘었다. 주말이면 1천명의 사람들이 센터를 찾는다. 

“구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했어요. 영화연기학교, 시니어 모델반 등 30년 넘게 배우로서 활동한 경험과 인맥을 동원했죠. 올해 10월에는 영화제도 엽니다. 학생들에게는 마술학교가 인기죠. 1만5천원에서 2만원 정도면 주말 하루 3~4개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요.”

문화예술 교육, 행사, 대관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장인 최완정의 센터 자랑이 끝이 없다. ‘한다면 하는’ 배우 최완정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은 그가 답십리영화미디어아트센터장으로서 일군 성과를 ‘답십리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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