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CEO열전 - 제주 명도암수다뜰 정문경 대표

정문경 명도암수다뜰 대표는 모든 메뉴에 100% 제주지역 농축산물을 사용했고 지난해 출시한 손두부 두루치기 밀키트로 전국민 밥상에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정문경 명도암수다뜰 대표는 모든 메뉴에 100% 제주지역 농축산물을 사용했고 지난해 출시한 손두부 두루치기 밀키트로 전국민 밥상에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첨가물 없는 손두부와 100% 지역농축산물로 건강 더해

밀키트 경연 우여곡절 … 작년 9월부터 롯데마트 판매

2010년 5월 제주도 제주시 명림로에 ‘명도암수다뜰’이 문을 열었다. ‘수다뜰’을 풀어쓰면 손‘수’ 많을 ‘다’ 정원 ‘뜰’,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현재 제주도 농업인 공동브랜드 ‘수다뜰’은 도내 35곳 사업장에서 사용 중이다. 15년간 제주 향토음식 연구회에서 활동해 온 정문경 명도암수다뜰 대표(한국생활개선제주시연합회장)는 ‘향토음식 활용 간편조리세트(밀키트) 공모전’에 최종 선정돼 지난해 9월 전국 롯데마트에 출시됐다.

아픈 몸 이끌고 지켜낸 ‘명도암수다뜰’
“가게를 오픈하고 딸이 업고 다닐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했어요. 디스크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던 3년간 사람을 써 간신히 버텼죠. 바닥에 앉아 밥을 푸고 직원 도움으로 반찬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수술하지 않으면 하반신 마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5년간 대체의학과 음식으로 기적 같은 투병 생활을 마쳤다. 그러나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왔다. 메르스 시기에도 끄덕없던 가게가 그 시기 우후죽순 늘어나던 음식점들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코로나19에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래서 음식점을 접을까도 고민했다. 전기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 그 이전에는 두부 전골, 비지 스테이크, 비지찌개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놨지만 지금은 재료 관리가 어려워 콩국 두부 정식, 손두부 두루치기, 콩국수로 간소화했다.

그는 향토음식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1년부터 2년간 유치원에서 직접 떡 모양을 찍어보는 꽃산병 만들기 체험으로 아이들 식습관 개선에 앞장섰고 두부 만들기, 양념장, 고추장 빙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교육으로 도민들의 애향심을 높였다.

코로나가 준 또다른 기회 ‘밀키트’
줄어드는 손님과 매출로 고민하던 중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밀키트 경연대회 참가를 권유받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정 대표는 요리연구가의 도움으로 손두부 두루치기로 경연에 참가하고자 두 달간 실전 같은 연습을 거듭했다.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서울에서 열릴 경연대회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딸에게 대리 참가를 부탁했고, 딸은 아이 넷을 학교 보내고 서둘러 비대면으로 조리과정을 배워야 했죠.”

코로나에 확진되고도 행사장을 출입하다가 양성 판정이 나오면 실격되기 때문에 참관조차 어려웠던 상황. 음식을 재현할 수 있는 대리경연만 가능했다. 몇 개월을 연습해도 떨렸을 경연대회가 하루 전날 배운 딸의 몫이 됐으니 애가 탔다. 그러나 딸을 믿었다.

그 결과 손두부 두루치기가 최종 선정됐고 지난해 9월부터 프레시지와 제품생산에 들어가 전국 롯데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대량 생산에 맞춰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대중적인 양념소스를 개발하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채소 종류도 변경·축소했다.

“집에 있는 채소와 버섯을 추가하면 3명에서도 먹고도 남아요. 2인분에 1만2900원이면 그렇게 비싸지 않죠. 남은 양념으로 볶음밥이나 면사리를 넣으면 푸짐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소박한 기존 메뉴로 밀키트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농업기술원 담당 공무원들의 응원과 지원 덕분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모든 메뉴에는 100% 제주지역의 농축산물을 사용해 신선하고 건강한 한 끼 밥상이 차려졌다.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차린 건강밥상
“최근 노루가 산에서 내려와 콩을 다 뜯어 먹어 올해 콩 수확이 예전같지 않아요. 콩나물 콩은 맛이 없어 잘 안 먹고 맛있는 청태콩잎만 뜯어 먹더라고요.”

모든 메뉴에는 100% 제주지역의 농축산물을 사용했다. 과수와 콩, 고추, 대파, 깻잎, 오이 등 3만3천㎡(1만평)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은 음식점 메뉴 재료로 쓰이고 있다.

특히 밀키트는 재고관리가 수월한 딱딱한 채소 위주로 재료를 선정했다. 가장 중요한 돼지고기는 비선호 부위인 앞다리로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제주 오겹살이 유명하잖아요. 앞다리살은 살코기만 있어 여성들이 좋아해요. 그러나 자칫 누린내가 나는 부위라서 요리로 쓰기 어려운데 좋은 고기 찾으려고 여기저기 발품 팔았죠.”

일반 삼겹살과 비교해도 가격이 세 배 가량 차이가 나서 원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됐다. 또 주재료인 손두부는 심층 해수에서 뽑아올린 깨끗한 용암수로 최종 소독해 간수만 사용하고 다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

“한 끼로 맺은 인연으로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정 대표. 그는 생활개선제주시연합회장으로서 매년 열리는 들불축제에서도 생활개선회가 향토음식을 알리는 중추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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