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대표 여성의원들, 지역구 재선 도전에 집중
당내 현역 의원 없거나 당협위원장 공석인 곳 노려

성별 불균형 문제를 따질 때 국회 의석수는 상징성이 크다. 제21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2021년 기준 국제의회연맹(IPU)이 발표한 세계 190개국 중 121위이며, 전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25.6%)에도 한참 뒤처진다. 

여성의원 57명(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으로 ‘역대 최다 당선’이라고 하지만 고개를 들어 돌아보면 부끄러운 결과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여성의 국회 진출을 막는 장애물에 대해 ‘공천’ 관행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단순히 공천을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공천을 받아야만 국회 진출의 문턱에 그나마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어렵게 공천을 따냈다 한들 험지에서 당선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규정이 있지만, 21대 국회 지역구 여성 의원은 11.5%(29명)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실에도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겨냥한 여성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의 지역구 재선 도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경기 용인 수지(용인병)와 용인 처인(용인갑)에 지역사무소를 마련하고 개소식을 여는 모습
내년 4월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의 지역구 재선 도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경기 용인 수지(용인병)와 용인 처인(용인갑)에 지역사무소를 마련하고 개소식을 여는 모습

특히 여야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경쟁이 벌써부터 불붙고 있다. 비례대표 여성의원들이 지역구 물색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구는 현역 의원들 간 각축전이 달아오른다. 특히 여성 대결 구도로 짜인 곳이 눈에 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약사 출신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경기 용인병 출마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4월 용인 수지에 지역사무소를 열어 “용인 수지는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곳으로 수지의 변화를 수십 년 지켜본 진짜 수지 주민으로서, 수지 발전 방향과 수지 주민의 니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용인병은 현재 당원협의회(당협) 위원장이 공석인 곳으로 서 의원은 국민의힘 사고 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한 상태다. 

용인병은 현재 보건복지위원장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서정숙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판사 출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서울 강동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애운동가 출신 최혜영 민주당 의원(비례)은 지난 2월 경기 안성지역에 지역사무소를 개소하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안성지역은 현재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다. 앞서 이규민 민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가 된 곳이다. 

최혜영 의원은 “21대 국회에 들어와 비례대표로서 국회에서 전 국민을 위한 보건복지체계 구축과 지원에 힘써왔다면, 앞으로의 의정활동은 민주당에서 험지로 꼽히고 있는 안성시에서 시민들의 복지 증진과 민생안정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자 출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지난 2021년 초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에 임명되며 일찌감치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양천갑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재선의 황희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양천갑의 변수는 이 지역에서 16~18대에 걸쳐 3선을 지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다. 

여성학 박사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권인숙 민주당 의원(비례)은 지난달 용인 처인구(용인갑)에 지역사무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권인숙 의원은 개소식에서 “용인 처인구는 명지대학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인연을 이어 온 특별한 곳”이라며 “처인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앞날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인갑은 용인시장 재직 당시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제3자를 통해 3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다. 

교수 출신인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대구 동구을 지역을 두고 강대식 현역 의원과 맞선다. 지난 1월 대구지역에서 ‘대구동구발전연구원’을 열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 출신인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경기 의정부갑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국회의원(비례) 시절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승계했다. 의정부갑은 이곳을 지역구로 둔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대문갑도 민주당 내부 경쟁이 볼 만하다. 연세의료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이수진 의원(비례)이 지역사무소를 연 가운데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주소지를 옮기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공천 경쟁 양상이 기대된다.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비례)이 양기대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광명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친명계(양이원영)와 이낙연계(양기대)의 맞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 결과 17~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여성의원 중 민주당 계열 70.6%, 국민의힘 계열 87.2%는 초선에 정치 경력이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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