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생활개선회는요~ - 충북 진천 팬플루트동아리

여름의 어느 날, 충북 진천군농업기술센터 소회의실에서 자연을 꼭 닮은 풀피리 소리가 새어나왔다. 지난 2019년 생활개선진천군연합회 회원 20여명이 팬플루트 동아리를 결성했다. 진천지역은 피아노·바이올린 등 음악학원이 있지만, 얼마 전 보컬학원이 폐업하는 등 다양한 예체능 분야는 배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농촌여성들의 숨은 음악성을 깨워 기량을 갈고닦을 수 있는 팬플루트동아리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진천군연합회 회원들이 반려악기가 된 팬플루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농사일 짬짬이 팬플루트 잡은 진천농촌여성들
손때 묻은 악보에 계이름 적고 줄줄이 외워

팬플루트에 열정을 담아
“딱 2시간. 농사일도 뜨거워서 못하는 낮에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팬플루트으로 호흡을 맞춰 합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당시 유행하던 우클렐레와 팬플루트 중에서 덕산읍주민자치회의 팬플루트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새색시 시집가네’를 첫 곡으로 팬플루트 길들이기에 나섰고, 이제는 15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팬플루트는 대나무 껍질을 벗겨 손수 만듭니다. 본래 아프리카 인디언들의 악기였대요. 품질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데 대나무 껍질을 벗길수록 소리의 차이도 커요. 손잡이가 있으면 페루식이고, 없으면 루마니아식으로 디자인도 달라요.”

사비로 65만원을 들여 팬플루트를 마련한 김광희 팬플루트동아리회장(전 한국생활개선진천군연합회장)이 팬플루트 사랑을 연신 쏟아냈다. 회원들은 김 회장의 팬플루트가 프리미엄이라고 입을 모은다. 회원들 모두 사비로 팬플루트를 장만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팬플루트 전문 강사를 초빙해 연 20회 팬플루트 수업을 지원하고 공간도 대여해주고 있다.

혀를 튕겨 끊이지 않는 소리를 내는 팬플루트 연주는 폐활량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혀를 튕겨 끊이지 않는 소리를 내는 팬플루트 연주는 폐활량을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반복연습으로 거둔 수상 뜻깊어”
‘텅깅’ ‘롱톤’은 입으로 팬플루트 소리를 내려면 필수로 알아야하는 기본 연주법이다.

“침을 뱉듯이 혀를 튕겨 불어야 소리가 나는데,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서 책상에 물을 갖다놓고 몇 컵이나 떠다 마셨는지 몰라요.”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흥겨운 팬플루트 연주는 ‘인고의 시간’을 버틴 결과다. 노안으로 인해 악보의 음표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음표마다 큰 글씨로 계이름을 적으면서 자신만의 악보를 만들어 복습하고 또 복습했다. 악보에 손때가 묻을수록 팬플루트 소리는 맑아졌다.

“악보가 한눈에 안 들어와서 반복 연습만이 살길이었죠. 음악을 많이 들었더니 ‘솔’과 ‘라’를 구분할 줄 알게 됐어요. 악보의 반은 외우고 반은 보면서 익힙니다.”

농업기술센터로부터 강소농대전 축하무대를 꾸며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회원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한다. 당시 동아리가 만들어진 지 6개월 남짓이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각지에서 농업기술센터로 집결해 연습했다. 필사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따로 연습하는 모임도 가져 제12회 통일문화한마당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연습할 때는 잘 안 됐는데 무대에서는 잘돼서, 실전에 강하단 걸 깨닫게 해준 장려상이었죠. 상금 70만원은 노력의 산물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 강소농대전, 진천군여성대회 등에서 무대경험을 쌓았다.

김광희 회장은 “팬플루트를 많이 불면 뒤집어놨을 때 침이 나온다”며 “청결하게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집에서 개인연습도 부지런히 합니다. 팬플루트 삼매경에 빠져 있으면 리듬에 맞춰 남편이 춤을 춰요. 그러면 웃느라 연습을 못하긴 하지만, 가족·친지들 다 모이는 자리에서도 연주해보라며 남편이 응원해줘 큰 힘이 됩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다룰 줄 안다는 게 중요하다”는 김 회장과 팬플루트 동아리 회원들은 ‘한 가지 악기라도 다뤄보자’는 취지에 다가가고 있다.

회원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연습하며 실력을 향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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