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인사이드 - 지역농정 대전환 여성의 역할은…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 2023 충남 부여대회)

# 충남 서천 문산면의 인구는 1208명(2023년 6월 주민등록인구현황)인데요, 오염 없는 농지를 찾아 5년 전 귀농했습니다. 마을회관에 가보니 부녀회가 음식을 만들었고 다른 방에서는 남성들만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아 신기했죠. 농촌의 현실이고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듬해 우리 마을은 인구가 급격히 쪼그라들어 부녀회가 해체됐습니다. 마을행사가 있으면 남성들이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설거지도 도맡았어요. 변화의 바람이 보수적인 농촌문화를 정화하나 싶었죠.

그런데 지난달 마을에 은퇴농이 유입되면서 마을에 여성이 3~4명 증가했어요. 인구증가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다른 마을처럼 부녀회를 만들어 주민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면 화목해질 거란 이야기가 속속 들려와 초조했어요. 현재 선주민인 제가 “그 음식을 왜 여성들이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가 주민들과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수진 허블루팜 대표 지정토론 中)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가 지난 14일 충남 부여군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가운데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지역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제를 찾고, 성별 지위와 권한, 부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가 지난 14일 충남 부여군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가운데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지역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제를 찾고, 성별 지위와 권한, 부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농촌여성 전담조직·예산 지자체마다 천차만별
여성, 스마트팜 등 첨단농업정책 대상서 소외

“여성농업인 노동부담 경감해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16~2021년)부터 ‘인력 육성’ 중심에서 ‘농촌 성평등’으로 정책 목표를 확장했다. 이어 2021년 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으로 농촌 성평등 실현을 법으로 제정하고,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했다.

농업·농촌의 근본적 장애요소인 성차별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촉발하면서 여성농업인 정책 기조에 성평등 통합 과정이 필요하고, 기존 육성 정책에 대해 조정 요구가 촉구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 소관의 성평등 목적 사업을 농식품부와 지자체 농정과에서 담당하는 게 맞는지, 더 나아가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여성농민회 충남도연합은 지난 14일 충남 부여군유스호스텔에서 지난 14일 열린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 분과토의를 주관하고 농촌지역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제를 찾고, 성별 지위·권한과 부담의 격차에 주목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순미 농경연 부연구위원
이순미 농경연 부연구위원

주제발표에 나선 이순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지역 성평등과 여성농업인 정책 과제’를 중심으로 여성특화정책에서 성평등 기능이 발현되는지 그 타당성을 따져봤다.

이순미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농촌여성 전담조직이 설치된 지자체는 2023년 기준 도 8곳, 시·군 4곳이다.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와 영월, 고성, 부여, 아산 등이다.

“여성농업인, 제도화 이전부터 존재”
2021년 기준 여성 관련 예산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이 2018년 최초 설치한 가운데 902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예산 증감률도 177.6%로 크게 증가했다. 경북은 2021년 설치, 예산 68억여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고, 증감률도 13.6%에 머물렀다.

이 부연구위원은 “다수 지자체 담당자들은 여성정책이 중복지원이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며 “여성정책의 확대에 부정적이고 여성농업인 부담 경감과 출산·양육 지원으로 정책의 의의를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 중심 정책이 가사, 돌봄 등 비공식 노동의 여성 현실을 충분히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여성 역할로 수용하고 지원함으로써 농촌 성차별과 실질적 의미의 여성 노동부담 경감을 이뤄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권리를 노동할 권리로만 특화시켜, 인간답게 일하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 등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권리를 공공 의제화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영농형 태양광, 스마트팜 등 스마트농업으로 농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정책 수혜 대상에서 여성농업인이 빠져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소형농기계와 편이장비 개발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여성의 노동부담 경감을 위한 기술 투자 정책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그동안 여성농업인이 ‘남성만큼 농사일 한다’가 농업인으로 지위 향상을 위한 주장이었다면, 여성이 농업에 어떤 노동력을 기여해 왔는지 가치와 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순미 부연구위원은 여성농업인은 작은 경작 규모, 저투입 노동집약적, 직거래, 마을과 환경 돌봄 등 지속가능한 농업이 제도화되기 이전부터 여성의 삶의 양식으로 존재해 왔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여성분과를 제외하고 농업·농촌분야 주요 의제를 토론하는 자리에 여성 참여가 드물어 아쉬움을 남겼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