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국내 최초 요리학원 설립자 하숙정
어머니, 원조 ‘쿡방’ 한국 음식 요리연구가 이종임

■만나봅시다- 요리명가 3대를 잇다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는 대학 강단에 선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로서 조리실습과 음식과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박보경 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는 대학 강단에 선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로서 조리실습과 음식과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외할머니가 한국음식의 큰 산이었다면, 어머니는 요리연구가로서 명성을 쌓았죠. 큰 틀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박보경 에스쿡(Scook)청담요리학원 대표의 말이다. 그는 1980년대 원조 ‘쿡방’의 주인공이자 요리연구가인 이종임 Scook청담요리학원장의 딸이다. 그리고 이종임 원장의 어머니는 대한민국 1세대 요리연구가이자 1965년 국내 최초 요리학원인 수도요리학원을 설립한 고(故) 하숙정 선생이다. 故 하숙정 선생과 故 하선정 선생은 자매다. 
3대를 이어 요리명가를 만들고 있는 박보경 대표를 서울 강남 청담동 Scook청담요리학원에서 만났다. 

“반세기 노력·가치 시간에 녹아”
이종임 원장과 박보경 대표는 몇 년 전 고심 끝에 서울 종로에 있던 수도요리학원을 정리하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이전했다. 

박 대표는 “시대가 변하면서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도 바뀌었다”면서 “시대 흐름과 수요에 맞게 요리 교육도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리학원은 그 이름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 반세기를 지나온 할머니와 어머니의 노력과 가치는 시간에 그대로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가업 물려받아 요리 매개로 교육 집중  

‘농촌여성신문’에 제철·건강 레시피 연재

 

Scook청담요리학원은 이름 그대로 요리학원이지만, 그 안에 이종임한식연구원, 박보경아이미각연구소와 함께한다. 요리명가 2대와 3대가 각각 집중하는 가치가 1대가 쌓아올린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모양새다. 

故 하숙정 선생은 일본 유학 뒤 요리에 관심이 없던 당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요리의 연구와 혼분식 장려 등 식생활 발전에 평생을 힘썼다. 또한 최초 조리 직업전문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조리사들을 배출했다. 

이종임 원장은 1980년 MBC ‘오늘의 요리’를 통해 컬러TV시대를 열며 요리분야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 왔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요리’라는 가업을 잇고자 했던 건 아니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다 진로를 바꿔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일찌감치 유학길에 올랐던 박 대표는 마음을 먹은 뒤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연구분야는 ‘어린이 식생활 교육’
한국으로 돌아와 조리사 자격증 시험을 단번에 통과하고 세계적인 요리 명문인 미국 CIA의 문을 두드렸다. CIA 3년 과정을 마친 뒤에는 보스턴대학교에서 호텔외식경영학을 전공했다. 귀국 뒤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외식문화를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어린이 미각과 식생활 교육입니다. 아이미각연구소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생애주기별 건강한 먹거리 개발과 미각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종임(사진 오른쪽)·박보경 모녀
이종임(사진 오른쪽)·박보경 모녀

박 대표는 사실, 어렸을 때 바쁜 어머니를 보고 ‘나중에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엄마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던 터다. 한참 엄마의 손길이 그리웠던 시기, TV 속의 엄마를 보면서 ‘엄마처럼 바쁜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고도 마음먹었다. 

박 대표는 “보고 자란 게 너무 무서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지금 엄마의 길을 그냥 따라 걷고 있다”면서 웃어 보였다. 

Scook청담요리학원에서도 대표로서 직접 강의한다. 주로 성인 대상인데, 종로 시절과 비교하면 수강자들의 요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수요부터 다르다. 

“요리를 하고자 한다면 유튜브 등을 활용해 배울 수 있다 보니 전과 같지 않죠. 그럼에도 손수 만들어서 드시려는 분들이 있어요. 우리 전통음식을 조금 손쉽게, 간편하면서도 약간 현대화한 메뉴로 구성해 개인교습 형태로 운영합니다.”

“전통음식 되새기며 흥미 붙여” 
조리사 자격증 과정이나 전문학사 과정도 운영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축소했다. 외국인 대상 한식클래스는 꾸준히 인기가 있다. 마찬가지로 소수로 운영한다. 

대학에서 마주하는 학생들도 조리가 생소한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우리 전통 요리를 먹을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서양음식에 관심을 많이 갖죠. 간편하고 익숙하니까요. 그러다 조리 실습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대해 되새겨 보면서 흥미를 붙이곤 하더라고요. 처음엔 칼질도 어려워하지만, 계속 배워 나가면서 재밌어합니다.” 

어린이 먹거리는 연구 주제이면서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박 대표의 생활이다. 그는 “아무리 제철 식재료로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인다 해도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이 주변에 많다 보니 ‘건강하게 먹이자’는 생각을 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어린이 건강식은 이유식, 유아식, 편식 개선 레시피 등으로 나눌 수 있죠. 음식을 통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집안 분위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식과 영양 균형 등을 생각하게 됐고, 또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박보경 대표는 오는 8월부터 ‘농촌여성신문’을 통해 3대째 내려온 요리명가의 제철·건강 비법 레시피를 소개한다. 

“손쉽게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편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건강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려 합니다. 농촌여성신문 구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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